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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드라마에 대한민국이 신났다... “휴가 내서라도 거리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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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새벽 4시 월드컵 브라질戰… 붉은악마들 날밤 새운다

조선일보

지난 3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에 2대1로 승리한 뒤,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가 2대0으로 끝나면서 대한민국이 다득점에서 앞서 16강에 진출했다. 이날 광화문에는 경찰 추산 1만7000명의 시민이 영하의 날씨 속 거리 응원에 나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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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24시간 열람실에서 공인회계사 시험 공부를 하던 권모(28)씨는 3일 새벽 1시 50분쯤 고요한 열람실 안까지 들리는 함성에 깜짝 놀랐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니 대한민국 대표팀이 포르투갈에 이겼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16강 진출이 확정됐다는 뉴스가 이어지자, 열람실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가며 함성을 질렀다고 한다.

지난 3일 새벽, 대한민국 대표팀이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한 후 주말 내내 대한민국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코로나가 주춤해진 직후 찾아온 경기 침체에,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까지 겹치면서 움츠러든 국민들이 많았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실낱 같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대표팀의 모습에 대부분 국민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특히 이날 새벽까지 마음을 졸이며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국민들 사이에선 “오랫동안 잊지 못할 순간”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경기 고양시의 집 근처 식당에서 지인들과 경기를 봤다는 직장인 이모(23)씨는 “특히 후반 추가 시간까지 무승부여서 이대로 경기가 끝나고 예선 탈락할 것 같아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침울한 분위기였는데, 추가 시간에 역전을 하면서 더 기뻤다”고 했다. 서울 직장인 강모(28)씨도 “솔직히 16강 갈 줄 모르고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네에서 비명 소리 같은 게 들려 잠에서 깼다”며 “그때부터 관련 뉴스를 찾아보느라 아침까지 거의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지난 3일 새벽 영하 1도의 추운 날씨 속에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응원전을 펼친 1만7000명(경찰 추산)도 끝까지 대표팀을 믿었다. 롱패딩 등 방한 용품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 목이 터져라 대표팀을 응원했다. 날씨가 춥고 시간이 늦은 탓인지 가족 단위 응원객보다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온 20~30대 젊은 층이 주를 이뤘다. 동점 상태로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될 때 숨죽인 채 전광판만 보던 사람들은, 역전 골이 들어갔을 때 광화문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질렀다. 남자친구와 함께 거리 응원에 나온 문모(25)씨는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끝난 후 몇 분간 가나와 우루과이 경기가 더 진행됐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까지 전광판을 보며 다들 긴장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주말 내내 국민들이 월드컵 16강 진출과 관련한 뒷얘기들을 주고받으며 즐거워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시민들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을 줄인, ‘중꺾마’란 단어를 유행처럼 주고받고 있다. 이 단어는 지난 10월 세계적인 게임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한국 DRX팀의 멤버가 인터뷰에서 남긴 말인데,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사람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대표팀에게 이 말을 쓰고 있다. 전 골프선수 박세리씨도 자기 소셜미디어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는 글을 올렸다.

국민들은 다음 경기에도 ‘기적’을 기원하며 대표팀을 응원할 전망이다. 브라질과의 16강전이 시작되는 건 6일 오전 4시지만,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광화문광장에서 5일 밤 11시부터 거리응원 행사를 열 것”이라며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을 했다. 붉은악마 측은 새벽에 경기가 열리지만 1만5000명에서 2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한파 대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6일 새벽 4시쯤 서울 기온은 영하 3도 안팎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서울시는 브라질과의 16강전에 대해서도 거리응원을 허가할 방침인데, 교통 및 안전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평일 대중교통이 새벽 1시쯤 끊어지는데 이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6강전이 오전 4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거리 응원에 나오는 사람들이 추위 속에서 3시간을 떨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집에서라도 ‘본방 사수’하며 응원하겠다는 시민도 많다. 충남 천안시에 사는 직장인 이모(26)씨는 브라질전을 생중계로 본 뒤 아침을 먹고 출근할 생각이다. 이씨는 “포르투갈과의 경기도 극적으로 이긴 만큼 직장에서 조금 졸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박모(26)씨는 “친구 5명과 거리 응원에 참여하기 위해 종로구에 있는 모텔을 예약했다”면서 “경기 전날 친구들과 모텔에서 자고 새벽에 바로 광화문광장 거리 응원에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휴가를 내고 새벽 응원에 동참하겠다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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