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액 넘는 값으론 거래 금지 “G7 국가·캐나다·한국도 동참”
2022년 10월 11일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에 있는 트랜스네프트 PJSC의 자회사인 체르노모르트랜스네프트 JSC의 일부인 셰스카리스 단지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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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서방의 ‘유가 상한제’ 시행이 최종 확정됐다. 유럽연합(EU) 회원 27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하자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7국(G7) 국가들도 즉각 동참을 선언, 모든 서방국가가 대러 단일 전선을 구축했다.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는 참여국 간 실무 조정을 거쳐 5일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이에 따라 올해 고유가로 월평균 200억달러(약 26조원)에 달했던 러시아의 원유 수출 수익은 지난해 수준(월 146억달러, 약 19조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3일(현지 시각)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실시를 위한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로 설정하기로 회원 27국이 2일 공식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가격 상한은 배럴당 60달러(약 7만8000원)로 현재 러시아산 원유가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배럴당 70달러(약 9만1000원)보다 10달러 낮게 책정됐다. 3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1달러(약 10만5000원) 선이다.
참여국들은 상한액을 넘는 가격으로 계약된 러시아산 원유 운송을 거부하고, 상한제를 어긴 다른 국가 유조선에 대해선 해상보험 제공 거부, 자국 항구 입항 거부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하게 된다. 참여국들은 앞으로 2개월마다 한 번씩 가격 상한을 정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폴란드와 발트 3국 등 강경파 국가들이 2일 늦게까지 “국제 시가와 큰 차이가 없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막판에 ‘가격 상한을 시장 가격보다 5% 아래로 계속 유지하기 위한 조정 체계를 적용한다’는 타협안이 나와 극적으로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G7 국가와 캐나다도 동참하기로 했으며 한국도 참여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제도는 전쟁 자금으로 동원되는 러시아의 석유 판매 수입(收入)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상한액이 낮으면 낮을수록 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폴란드와 발트 3국 등 EU 내 대러 강경파 국가는 ‘배럴당 30달러 이하’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EU 주요국은 가격 상한이 너무 낮으면 국제 유가를 과하게 끌어내려 중동 산유국들의 불만을 사고, 결국 원유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는 “세계적 정유사와 선사, 보험 기업 대부분이 G7과 EU 국가 소속”이라며 “러시아는 원유 수출가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은 지난해 러시아 원유 수출량의 42%를 가져간 ‘큰손’이다. EU는 당초 지난 5월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가 미국 재무부가 제안한 가격 상한제로 방향을 틀었다.
러시아는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이 상한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미하일 울리야노프 주오스트리아 러시아 대사는 “올겨울부터 유럽은 러시아 석유 없이 살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산 원유 공급 중단 위협도 했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상한선을 60달러로 높게 정한 탓에 러시아의 전쟁 예산이 연간 약 1000억달러(약 130조원) 늘게 됐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가 서방의 눈을 피해 몰래 러시아 원유를 실어 나를 ‘그림자 선단’을 키우고 있다”며 “이미 100여 척의 유조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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