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5일 우크라이나를 찾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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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EU는 현재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 상한선을 10달러가량 낮은 수준으로 정하는 데서 합의점을 찾았다. 30달러 선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던 폴란드의 막판 동의를 끌어내면서다.
상한제는 이르면 5일부터 시행되며, EU 27개국뿐 아니라 미국·영국·일본·캐나다 등 비유럽 G7(주요 7개국)과 호주도 참여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수입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일 뿐더러 글로벌 에너지 수급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상한액이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보험·운송 등 해상 서비스가 금지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유 보험과 운송을 담당하는 주요 기업들이 주로 G7 소속이라 러시아가 상한액이 넘는 가격으로 원유를 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은 영국, 일본 등과 함께 EU의 제재에 참여할 방침이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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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국들은 2개월 단위로 상한액을 재검토해 러시아산 원유 상한가가 시장가격(국제에너지기구 집계 원유 평균가)보다 5% 아래에 머물게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상한제 도입 전 체결한 거래에까지 소급 적용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이 상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곧 대응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러시아는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올해부터 유럽은 러시아 석유 없이 살게 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30달러까지 낮췄어야 했다"며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유가 상한제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그 누구도 러시아가 석유 판매를 아예 중단해 공급이 줄어들고 인플레이션이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적절한 합의점을 찾았다곤 하지만 "상한선이 현재 가격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WP)에 큰 타격은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WP는 "러시아의 석유 생산 비용은 배럴당 20달러로 추산되는데, 상한가가 60달러라면 모스크바는 여전히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남부에 정박해 있는 유조선. 유럽연합은 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60달러로 설정하는 데 합의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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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인도, 튀르키예 등 러시아산 원유 주요 수입국이 서방국가들의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원유 가격 상한제를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다. 인도와 중국은 올해 들어 외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계속 늘려왔다.
유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주류 정유사나 보험업계와 거래하지 않는 선단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미 국제 해운업계에서는 이란, 베네수엘라 등 서방 제재국과 거래하며 노후 유조선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이 꾸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찌 됐든 러시아가 빠져나갈 방법은 있을 거란 얘기다.
EU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안 중 하나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논의를 시작한 건 지난 9월이다. 그러나 상한선을 놓고 회원국들이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막판까지 애를 먹었다. 당초 65달러 선이 유력했으나 폴란드 등이 '배럴당 30달러 선은 돼야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유가가 너무 낮게 책정되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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