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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헝다 회장’ 극단선택설까지 돌았다… 벼랑 끝 몰린 中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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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2018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정치협상회의(정협)에 출석한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인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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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사태’를 촉발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2일 중국 인터넷을 달궜다. 쉬 회장은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자 사내 단톡방에 음성 메시지를 보내며 해명에 나섰다. 쉬자인 사망설이 빠르게 퍼진 이유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그만큼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날 쉬 회장의 사망설은 금융권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일부 금융인이 모인 소셜미디어 단톡방에서 ‘쉬자인 회장이 오늘 오후 예정된 월례 회의를 취소했고, 이는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란 내용의 글이 확산됐다. 오후 1시 8분쯤 광저우 웨시우구 공안국(경찰서)의 공식 웨이보에는 ‘쉬자인’이란 세 글자가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오후 2~3시에는 “후난성에 있는 헝다그룹 건물 19층에서 쉬 회장이 뛰어내렸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그를 구조해 살렸다”, “광저우의 한 건물에서 쉬 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자 함께 있던 비서가 경찰에 신고했다” 등 구체적 정황이 담긴 글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그러나 헝다 측은 이날 중국 주요 IT매체의 질의에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쉬 회장은 이날 오후 1시 33분쯤 128명이 모인 헝다 임원 단톡방에서 이례적으로 음성 채팅 방식으로 ‘육성 지시’를 내리며 소문을 불식시켰다. 그는 “어서 업무와 생산 재개에 힘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에는 광저우에서 사내 회의도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차오화 헝다 부사장도 소셜미디어에 “사실이 아니다. 나는 믿지 않는다”라는 글을 올렸다.

쉬자인 사망설이 중국에서 급속 확산된 이유는 현재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뇌관이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기업이었던 헝다는 지난해 12월 채권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디폴트(부도) 상태에 빠졌다. 중국 정부는 2020년 8월부터 대형 부동산 업체의 부채 비율을 내리고 현금 보유 비율을 올리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이 때문에 헝다그룹이 자금난에 봉착하며 무너진 것이다. 헝다 사태를 시작으로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들이 잇달아 휘청이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은 혼돈에 휩싸였다. 중국 각지에서는 공사가 중단되거나 입주가 연기되는 아파트 단지들이 속출했다. 중국 집값은 올해 1~10월 코로나 봉쇄로 인한 경기 위축 등 악재들이 겹치며 10개월 연속 떨어졌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중국은 지난달 26일 은행 지급준비율을 0.25% 인하해 시중에 5000억위안(약 90조원)의 돈을 풀었다. 같은 달 28일에는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부동산 개발 업체들에게 주식 발행이나 융자를 통한 자금 조달을 재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대출 금리도 잇달아 내렸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금융 당국의 부동산 시장 지원 대책은 숨통을 잠깐 틔워주는 수준”이라고 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중국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5%에 달하고, 주택 담보 대출은 은행 대출에서 30% 이상을 차지한다. 부동산 시장은 원자재와 건설업 등과도 직결돼 있고, 소비 심리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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