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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2020년 靑 거부한 ‘중국인 투표권 박탈’ 청원... 한동훈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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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외국인 참정권 부여 제도는 2005년 도입

지난 지방선거서 중국 국적자 10만명 투표권

한동훈 법무 “상호주의 없는 참정권 부여, 민의 왜곡”

文 청와대에 22만명 청원했지만 당시엔 거부

조선일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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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영주 자격이 있는 외국 국적자에게도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현행 선거제도의 개편 의사를 밝혔다. 우리 국민은 외국에서 투표권이 없는데, 상대 국민만 한국에서 투표권을 갖는 왜곡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중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박탈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는 “외국인 선거권 행사는 민주주의의 보편성을 구현하려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었다.

한 장관은 1일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영주권자 투표권에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는 해외 사례를 언급하면서 “우리 국민은 영주권을 가져도 해당국에서 투표권이 없는데, 상대 국민은 우리나라에서 투표권을 갖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상호주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외국인 투표권 부여는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은 총 12만6668명이다. 이중 9만9969명(78.9%)의 국적이 중국이다. 만약 외국인 영주권자의 참정권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폐기된다면 10만명에 이르는 중국인 유권자가 투표권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최초 외국인 참정권

한 장관은 “이 제도는 2005년 도입됐다. 당시 재일동포에 대한 일본의 참정권 부여를 압박하는 방편으로 우리가 선제적으로 이런 정책을 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며 “지금 일본은 어차피 재일동포들에 대해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지도 않다”고 했다.

한 장관의 말대로 2005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외국인 참정권 법안이 만들어진 건 한국이 선제적으로 외국인 참정권을 인정하면 상호주의에 따라 일본도 재일한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였다. 재일동포를 대변하는 단체 재일본대한민국민단에 따르면,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일본 지방선거 선거권을 얻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현재까지도 외국인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인 투표권 박탈” 청원 21만명 동의

재일동포를 위한다는 명분이었기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시작됐던 외국인 투표권에 대한 여론이 최근 반중 정서가 거세지면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리서치가 올 7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주변 5개국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중국(23.9점)은 북한(29.4점)보다 점수가 낮았다. 코로나 발생과 대응, 역사와 문화를 중국에 편입시키려는 시도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외국인 선거권자 중 80%가 중국 국적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2020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2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외국인들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지만 선거권은 대한민국 국민의 고유 권한이다. 외국인 선거권의 80%를 중국 국적자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며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는 당시 “지역주민으로서 지역사회의 기초적인 정치 의사 형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민주주의 보편성을 구현하려는 취지”라고 답변했다. 또 “영주권자의 선거권은 주민의 개념으로, 지방선거에 한정돼 있으며 영주권자의 비율은 전체 선거인단의 0.25%”라며 “영주권자는 ‘외국 국적의 동포’와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 및 자녀’가 80%가량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동훈 “잘못된 제도 정비한다는 차원”

실제로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의 수는 전체 투표권자의 1%를 넘지 않고, 투표율은 10%대(2018년 기준)로 저조했다. 그럼에도 한 장관은 왜 제도 손질에 나선 것일까.

한 장관은 “의무거주 요건이 없기 때문에 영주권을 일단 따면 그 사람이 한국에서 생활하지 않고 자국으로 돌아가서 생활하더라도 우리 지방선거에 투표권을 갖는 상황이 된다”며 “이런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 영주권 유지 요건에 의무 거주기간을 도입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영주권자는 10년마다 영주증을 갱신하게 돼 있을 뿐 국내 거주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 의무거주 요건이 도입될 경우 영주권을 취득한 후 사실상 해외에 거주하면서 지방선거 직전 귀국해 선거권만 행사하는 이들을 막을 수 있다.

한 장관은 “외국인의 입국에 유연성을 갖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잘못된 제도는 바로잡고 관련 제도들을 정비한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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