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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주말에 공장 닫아야”… 화물연대 파업에 제조업 피해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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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에 공장을 두고 있는 한 화학섬유 기업은 이르면 이번 주말에 생산을 전면 중단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30일 화물연대 파업을 뚫고 가까스로 원료를 확보했지만, 최대 3일을 버틸 수 있는 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단계적 감산도 원료가 조금씩이라도 언제 들어온다는 계획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라며 “공장을 돌릴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돌려보고 원료가 떨어지면 바로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9일째에 접어들면서 제조업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건설 등에 필요한 시멘트, 주유에 필요한 기름 등 물자의 출하 차질이 주된 피해였으나 이제는 공장이 아예 멈춰서는 단계로 넘어갈 상황이다. 제조업 공장은 하루만 생산을 멈춰도 큰 비용이 발생한다. 공장이 멈추면 이미 1조6000억원에 달한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비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가 8일째 이어진 지난 1일 오후 경기 의왕시 의왕ICD제1터미널 정문 앞에 화물차들이 운행을 중단하고 서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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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섬유와 페트 등을 생산하는 기업 중 상당수는 파업 전 확보해둔 원료가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연중 내내 공장을 가동하려면 원료는 2~3일에 한번 입고가 돼야 하는데, 파업 장기화로 재고가 바닥이 났다”며 “생산 중단은 시간과 비용 관련 리스크(위험 요인)가 굉장히 커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주말을 기점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섬유, 페트 등의 생산이 멈추면 이에 원료를 공급하는 석유화학 업체들 역시 타격을 입는다. 이미 석유화학 업체들은 평상시 대비 10~30% 수준으로 출하하고 있다. 대산, 울산 석유화학 단지 중에선 출하가 전면 중단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이르면 이번 주부터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기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특성상 공장 가동률을 끝없이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가동률이 70% 이하가 되면 안전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아예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가동을 중단하면 재가동까지 최소 2주가 소요돼 천문학적인 매출 차질과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원료와 제품이 모두 연결돼 있어 한 곳이라도 생산이 중단되면 연쇄적으로 생산 중단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 한치 앞을 알 수 없어 1일 1플래닝(계획)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고된 파업이었던 만큼 운송거부 전에 최대한 원료를 출하했지만, 고객사도 보관 용량에 한계가 있다보니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 밖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이미 감산에 들어간 공장들이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하루 생산량을 3만3000본에서 2만본으로, 곡성공장은 3만2000본에서 2만7000본으로 각각 줄이기로 했다. 제품 출하가 어렵고 야적도 한계가 있어 생산량을 조정하는 것이다. 포항 철강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 역시 야적 공간이 줄어들고 제품 납기를 맞추지 못해 공장 가동 중단을 고려하는 상황이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제조업 공장의 생산이 중단되면 피해 금액도 크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운송거부 7일간 시멘트·철강·자동차·정유 등 분야에서 1조6000억원 규모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산업부는 “운송거부가 장기화될 경우 출하 차질이 생산 차질로 연결돼 피해 규모는 막대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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