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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10도 공사장, 핫팩 하나 없더라”…한파 안전대책은 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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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시 송정동 아파트 건설현장

‘따뜻한 물·휴게공간 확보’ 매뉴얼 있어도

“현장과 멀어…드럼통 숯탄 피워 손녹일뿐”

한파·폭염 ‘작업 중지’ 명령 법안 국회 계류


한겨레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기록한 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 배정호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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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이상 있거나 너무 추우면 휴게실에서 충분히 쉬세요.”

체감온도 영하 10.8도를 기록한 1일 아침 7시 경기 광주시 송정동 ㄱ건설업체 아침 조회시간. 작업지시를 내리는 원청 건설업체 직원은 전날 한파특보가 내린 데 이어 이날 강추위가 계속되자, 현장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날씨만큼 차가웠다. 노동자 임영진(56)씨는 “너무 추우면 휴식 시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해 쉬게 한다든지, 하다못해 핫팩이나 귀마개를 줘야 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고 말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겨울옷을 서너겹씩 껴입고 일터에 나선 3명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한겨레>와 만나 한파와 관련한 안전관리 대책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이어지자 ‘1시간에 15분 휴식’ 등 안전대책들이 만들어졌지만, 한파 속 현장 노동자 안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위원으로도 일하는 임씨는 “지금까지 한파 작업 현장에서 ‘대책’이라고 하면 콘크리트 보양 등 품질 관리 차원에서만 언급되지, 노동자들의 안전은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광주에서 발생한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당시 겨울철 무리한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동절기 콘크리트 품질 확보대책 등을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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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영하 10도를 기록한 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한 건설현장.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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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한파를 앞두고 지난달 15일 고용노동부는 야외 노동자들의 저체온증, 동상 등을 예방하기 위해 ‘따뜻한 물 비치’, ‘휴게공간 확보’ 등을 담은 매뉴얼을 배포하기도 했다. 노동부 직업건강증진팀 관계자는 <한겨레>에 “매뉴얼을 지키지 않으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기 때문에 건설 현장에 준수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은 현실성 없는 ‘보여주기식’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건설현장에서 거푸집 제작 등을 맡는 배정호(49)씨는 “따뜻한 물, 휴식 공간은 현장 입구에 한두군데만 있을 뿐, 진짜 현장 노동자들이 필요한 곳에는 몸을 녹일 공간 자체가 없다. 어쩌다 양지바른 곳을 찾으면 그쪽에 가서 몸을 잠시 녹인다”고 말했다.

배씨가 일하는 ㄱ건설업체 현장에는 25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지만, 휴게공간은 2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19㎡(6평) 넓이의 컨테이너 2개뿐이다. 몸을 녹일 수 있는 난방 기구도 마땅치 않다. 버티지 못할 정도로 추워지면, 그제야 노동자들은 드럼통에 숯탄 등의 연료를 넣고 불을 피워 현장 곳곳에 두고 일하는 도중 잠시 손을 녹일 뿐이다. 현장 노동자 이상준(33)씨는 “일을 할 때 얇은 겨울옷 서너겹씩 껴입고 땀이 나면 벗는데, 금방 땀이 식으니 급격하게 체온이 낮아지고 몸이 굳어버린다. 바닥 곳곳에 꽂힌 철제나 콘크리트 벽에 온몸이 다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상 기후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 다수는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각각 폭염·한파 등에 따른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는 근거와 이에 대한 지원 등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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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한 건설현장에 놓인 철제 드럼통과 현장 노동자 난방용으로 쓰인다는 숯탄. 현장 노동자 이상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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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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