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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한우의 간신열전] [163] 현대판 이임보(李林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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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간신들 중에 최악은 이임보(李林甫·?~752년)다. 아첨을 일삼으며 뛰어난 신하들을 배척해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을 낳은 장본인이다.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하지만 뱃속에 칼을 숨기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집권 전반기 ‘개원의 치(治)’를 이룩한 현종을 후반기 혼란으로 몰아넣어 ‘천보난치(天寶亂治)’라는 역사적 비판을 받아야 했다. 당나라 쇠망이 이임보에게서 비롯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요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행태를 보면서 이임보를 떠올린다. 그는 얼마 전 한 기고를 통해 같은 당에 속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를 비판했다. 근거는 “자기 정치를 위해 정당 내부에 쓴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를 향한 비판을 일절 하지 말라는 겁박에 가깝다.

이임보는 또 장마불명(仗馬不鳴)이란 말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두진(杜璡)이라는 간관(諫官)이 당시 정치를 비판하자 지방으로 쫓아버리고 나서 다른 간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밝으신 천자가 위에 계시니 신하들은 그 뜻을 그냥 따르면 되는 것이지 무슨 다른 할 말이 있느냐? 너희들은 의장대에 줄지어 선 말[仗馬]을 보지 못했느냐? 온종일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3품관의 사료를 먹고 있는데 만일 한번 소리를 지르면 그놈은 쓰지 않는다. 그다음에는 설사 울지 않는다고 해서 쓰겠는가.”

유시민씨 행적을 짚어보면 한순간도 공(公)에 선 적이 없다. 그저 자기가 속한 진영은 옳고 다른 진영은 틀렸다는 식으로 살아왔다. 이를 간(奸/姦)이라 하고 사(邪)라고 한다. 유시민씨는 역사에 관한 잡저들도 낸 것으로 아는데 역사에서 뭘 배웠길래 이런 행태를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건지. 그나마 박용진 의원 반응을 보면 민주당 장마(仗馬)들은 침묵만 하지는 않을 듯하다. “조국 사태와 그 이후 그분이 주장한 대로 해서 당이 잘됐나?”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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