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은 소득세ㆍ법인세ㆍ종합부동산세 등 세법 개정안을 포함한 25건 법안을 내년도 세입 예산안 부수 법안으로 지정했다. 예산 부수 법안으로 묶이면 내년도 예산안이 본회의에 부의될 때 이들 법안도 자동으로 올라간다. 원래 세입 예산안 부수 법안 심사는 이날까지 마쳐야 한다. 기한 내 심사를 끝내지 못하면 이들 법안은 자동으로 다음 달 1일 본회의에 올라간다.
기획재정부 방기선 제1차관(왼쪽)과 고광효 세제실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제4차 조세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인 기획재정위 회의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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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2년 유예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낮추고 ▶기본공제 상향,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를 통해 종부세를 완화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종부세법 등 대대적 세법 개정이 필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ㆍ여당안을 ‘초부자 감세’라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동의 없이는 세법 개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정부 임기 무려 60조원 넘는 초부자 감세 기조는 시대에 역행하는 기조”라며 “‘퍼펙트 스톰’ 복합위기 앞에서 정부의 초부자 감세 기조는 시대착오적이니 당장 폐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합의 불발의 원인을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에 돌렸다. 예산안과 맞물려 당정이 야당의 수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부ㆍ여당이 우리가 요구하는 예산안 입장 원칙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렇게 거부하면 단독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했다.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만큼 민주당안을 단독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의석수에서 밀리는 만큼 여당과 정부는 장외 압박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이날 ‘중산층은 왜 종부세에 맞서나’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18일 금투세 유예 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서다.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축사(김용태 여의도연구원장 대독)에서 “민주당은 부동산 참사를 책임지기는커녕 ‘부자 감세’란 낡은 프레임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내년 정부 예산안과 함께 세법 개정안이 불발에 그친다면 파장은 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의 감세 효과는 법인세 6조8000억원, 소득세 2조5000억원, 증권거래세 1조9000억원, 종부세 1조7000억원 등 13조1000억원 규모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5년 합계로는 60조2000억원에 이른다. 야당은 이런 대규모 감세안에 반기를 들고 있다.
종부세 개편은 ‘발등의 불’이다. 기재부는 올해 주택분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122만 명으로 주택 보유자의 8%에 달한다며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상위 1%가 아닌 중산층 대상 세금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종부세 납부 인원은 66만6000명(4%)으로, 2020년 수준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안을 두고 여전히 정부ㆍ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법인세 개정도 난제다. 기재부 당국자는 “금투세와 종부세는 항목별로 일부 조정할 여지가 있지만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관련해선 야당의 입장이 특히 완고하다”며 “앞으로 논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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