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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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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조명과 촛불로 사는 우크라 시민들… 나토, 원조 확대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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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차시우 야르에서 한 주민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지나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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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원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의 공습으로 전기가 끊기면서 일상 생활에 필요한 조명조차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며, 이동의 자유까지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29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만나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위한 원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러시아의 집요하고 부도덕한 민간인 및 에너지 인프라 공격은 우크라이나인 수백만명의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아 갔다”며 “우크라이나가 영토 주권을 지킬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을 강화하고 필요할 때까지 지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5300만달러(약 705억원) 이상의 자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변압기와 전류 차단기 등 전력 인프라 복구용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또 민간 업체들과 연계해 파괴된 우크라이나 고압 송전소를 복구하기 위한 장비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독일은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인프라 복구를 위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나토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위기가 심화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초부터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미사일로 집중적으로 타격했으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에선 심각한 단전·단수 사태가 이어졌다. 본격적인 추위도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의 고충은 한층 심화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추위를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단전의 일상화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생활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의사들은 손전등을 켠 채 수술하고, 이발사들은 휴대전화 조명을 이용해 손님들의 머리를 자르고 있다. 음악가들이 어두운 콘서트장에서 촛불을 켜놓고 공연하는 모습이 외신에 포착되기도 했다.

에너지의 부족은 이동의 자유도 제한하고 있다. 정전의 위험으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들이 폐쇄되면서 높은 층에 있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사실상 발이 묶인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운행되는 아파트의 주민들도 갑작스러운 단전으로 작동이 멈출 것을 대비해 엘리베이터에 음식과 물, 기저귀를 비치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전자제품 상점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전등과 보조배터리, 발전기 등을 사려는 사람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상점에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가격표를 보려면 휴대전화 조명을 켜야 하는 실정이다.

다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조국에 밝은 미래가 열려 있다면 현재의 고난을 견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가 이달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의 90% 이상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번영할 수 있다면 향후 3~5년간 물질적 손실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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