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해 하루 23시간씩 차에서 보내
“과로 막기 위한 안전운임제 확대 절실”
화물노동자 김원식씨가 모는 화물차 내부의 모습. 김씨는 제대로 된 식사를 차려먹을 시간이 없어 매번 차안에서 도시락, 컵라면 등을 먹으며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김원식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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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뭐가 실렸는지보다 중요한 건 화물차를 모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거 아닌가요. 그런 의미에서 ‘과로’를 막을 수 있는 안전운임제는 확대되는 게 맞습니다.”
8년째 화물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김원식씨(59)는 지난 28일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파업 현장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대형 물류창고를 중심으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택배 지간선 화물노동자다.
김씨는 개인 사정으로 파업에 동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일이 끝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동료들이 있는 의왕 ICD로 오고 있다. 김씨는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면서 “마음만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매일같이 파업 현장에 오고 있다”고 말했다.
격무에 시달리면서 약간의 휴식도 아쉽지만 굳이 현장에 오는 이유는 그만큼 안전운임제 확대가 그에게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품목은 다르지만, 모든 화물노동자가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어려움은 ‘저임금’이다. 차량 유지비와 기름값 등 고정 지출이 많아서 버는 돈 중 실제 화물노동자 몫으로 떨어지는 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하루 평균 300~400km를 운전하며 3~4건 정도의 콜을 소화하고 있다. 콜이 비는 시간에는 차 안에서 쪽잠을 자며 버틴다.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차 안에서 컵라면이나 도시락을 먹으면서 해결한다고 했다. “상하차 대기시간을 포함해 하루 23시간 이상을 차에서 보낸다”고 그는 말했다. 집에 들어가 쉬는 날은 일주일 중 단 하루에 불과하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을 하며 그가 버는 돈은 한 달에 1200만~1500만원이다. 이 중 70%는 유류비와 차량수리비 등 고정비로 지출된다. 결국 김씨가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300만~400여만원에 그친다.
이런 이유 탓에 그는 택배 지간선 일을 오래 하는 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씨 주변만 봐도 8년차인 그가 최고참이다. 김씨는 “대다수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버티지 못해 금방 일을 그만둔다”고 말했다.
김씨도 노동시간을 줄이고 싶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과로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운임구조에서 실질적으로 버는 돈은 매출의 30% 정도에 그친다”면서 “적당한 시간만큼 일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안전운임제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안전운임제가 확대돼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가 종사하고 있는 택배 지간선은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5개 확대 품목에 포함돼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 확대를 주장하며 파업 중이다.
2020년 1월1일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는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운행에 필수적인 고정비와 변동비에 더해 ‘최소 수익’이 반영돼 있다. 현재 안전운임제는 3년 뒤 종료되는 ‘일몰제’로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종에만 적용되고 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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