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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北 "`소라`·`가희` 등 한국식 이름 당장 바꿔"…주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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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아시아방송, 북한 현지 소식통 인용해 보도

北 "받침 없이 단순하게 지은 이름은 반사회주의적"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북한이 `소라`, `가희` 등 한국식·외국식 이름을 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름을 전부 `혁명적`으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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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 관계자들이 인공기를 게양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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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최근 주민들에게 이름을 정치적으로 고려해 지을 것을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당국이 주민들에게 사상성이 없는 주민들의 이름을 사법기관에 찾아가 바꿀 것을 지시했다”며 “개인의 이름을 국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바꾸라고 강제하는 것이어서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 북한에서는 ‘충성’과 ‘일심단결’의 의미를 담은 이름들이 대세였으나 2000년대 들어 주민들이 외부 소식을 조금씩 접하며 점차 자녀들의 이름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이에 보다 부르기 쉽고 희망을 담은 ‘아리’와 ‘소라’, ‘수미’, ‘가희’ 등의 이름들이 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받침 없이 단순하게 지은 이름은 반사회주의적이며 사대주의적이라는 이유로, 받침이 없이 지은 이름들은 모두 정치적 내용을 담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 설명이다.

소식통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자식들 이름조차 마음대로 짓지 못하게 하는 당국의 지시에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면서 “시대의 요구대로 이름을 지으라고 강요하는데 그러면 굶주리고 억압받는 현 시대를 반영해 아이들의 이름을 지으라는 것이냐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도 “반사회주의식 이름을 즉시 바꾸라는 사법당국의 지시는 지난 10월부터 매번 주민회의 때마다 강조되고 있다”면서 “퇴폐적인 서양문화, 양키문화의 복사판인 괴뢰(남한)식 말투를 쓰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멀쩡한 이름을 변경하라는 지시가 계속해서 하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을 끝내 바꾸지 않을 경우 실제로 벌금을 물릴지, 벌금이 얼마가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헐벗고 굶주리는 게 진정한 사회주의라면 우리는 결단코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인간이 기계부품도, 가축도 아닌 다음에야 어찌 제 이름 하나 마음대로 지을 수 없게 하냐며 집단주의를 강요하는 당국의 횡포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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