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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계 다다른 ‘3년 봉쇄’…상하이에서 ‘시진핑 퇴진’ 구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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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7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허에서 베이징 시민들이 A4 용지를 들고 과잉 방역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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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의 코로나19 정책에 대한 항의 시위가 상하이·베이징·충칭·정저우·광저우 등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3년째 이어온 고강도 봉쇄 정책에 대한 항의가 큰 줄기이지만, 일부 지역에선 시진핑 국가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정치적 구호까지 쏟아지고 있다. 장기 봉쇄로 인한 시민 불만이 누적된 상태에서 터진 이 사태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중국 당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두달 전면 봉쇄 겪은 상하이 ‘시진핑 퇴진’ 구호 나와


현재 시민 저항 움직임이 가장 강력히 확인되는 곳은 상하이다. 상하이 시민 1천여명은 지난 26·27일 연속으로 우루무치중루에 모여 당국의 봉쇄 정책을 비판했다. 시민들은 24일 신장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10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우루무치 봉쇄 해제하라”고 외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공산당 물러나라, 시진핑 물러나라”라는 정치 구호까지 쏟아냈다. 중국에서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가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시위에서 과격한 ‘정치 구호’가 쏟아지자, 현장에 출동한 공안(경찰) 수백명은 시위를 막고 일부를 연행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이 과정에서 자사 특파원이 붙들려 공안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27일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항의 성명을 냈다.

상하이 시위가 시 주석의 퇴진까지 요구할 정도로 과격화된 것은 시민 불만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무려 2500만명이 사는 상하이는 올해 초 전염성이 높은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번지자 3월 말부터 약 두달이나 도시 전체를 봉쇄했다. 예고 없이 단행한 봉쇄로 시민들은 두달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한 채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리며, 경제·문화적으로 가장 발전했다고 자부하는 상하이 주민들은 당국의 무지막지한 조처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일부 부유층은 도시를 떠났다.

베이징, 과잉 방역 정책에 대한 항의 집중


베이징의 항의 시위는 상하이에 견주면 아직 차분한 편이다. 베이징 시민 수백명은 27일 밤 차오양구의 작은 하천인 량마허 부근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한국대사관 등 외국 대사관이 모여 있고, 근처에 싼리툰이라는 번화가가 있어 외국인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시민들은 “베이징 봉쇄 해제하라”, “전국 봉쇄 해제하라”, “베이징에 자유를 달라”고 외쳤다. 상하이와 같은 시 주석 퇴진 요구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베이징 공안은 시위대와 구경하는 시민들에게 돌아가라고 권고했을 뿐, 시민들을 강제 해산하거나 체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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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등에 대한 항의 시위에서 시민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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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에 불만을 쏟아냈다. 베이징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은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이상 되었고, 바이러스 독성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는데도 정부는 아직 독성이 강하다고만 한다. 정치가 주도하는 감염 대책을 그만두고, 과학적인 관점에 근거한 대책을 세워주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는데, 중국공산당 홀로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집착하며 시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베이징 시위에서도 정치 구호가 튀어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28일 새벽 량마허에 모인 시민들은 지난달 중순 ‘펼침막 시위’가 있었던 쓰퉁차오(사통교)로 이동해 시위를 이어갔다. 쓰퉁차오는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짓는 정치 행사(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를 사흘 앞둔 지난달 13일 한 중국인이 ‘핵산(검사) 말고 밥을 달라’, ‘시진핑 파면’ 등을 쓴 펼침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인 곳이다.

대학 50여곳 시위…“지금 행동 안하면 평생 후회할 듯”


시위 열풍은 중국 청년들이 모인 대학 50여곳으로 이어졌다. 27일 베이징대와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서 학생들은 “자유가 승리한다”고 외치며 봉쇄 해제를 요구했다. 한 칭화대 학생은 연설에서 “만약 체포될 것을 무서워해서 지금 발언하지 않는다면, 인민들은 우리에게 실망할 것이다. 칭화대 학생으로서,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발언했다. 쓰촨성 청두시에서도 대규모 군중이 모여 A4용지를 들고 ‘백지 시위’를 했다. 이들은 “우리는 종신 통치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외치며 시 주석의 3연임을 비판했다.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시민들이 코로나19 봉쇄 바리케이드를 철거했고, 간쑤성 란저우에서도 시민들이 코로나19 방역 요원의 텐트를 철거하고, 검사 부스를 공격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항의 시위가 하나의 흐름으로 모일지 예측하긴 힘들다. 중국은 온·오프 라인의 감시 체계가 철저히 짜여 있지만, 현재는 시민 불만이 워낙 커진 상황이다. 홍콩 <명보>는 “3년간 이어진 ‘제로 코로나’에 따른 억압적인 분위기가 여론의 질적 변화를 이끌면서 지난 몇년간 분열됐던 온라인 세상을 뜻밖에 하나로 만들었다”며 “지난 2주 동안 대중의 불만은 보기 드문 저항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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