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교섭 90분 만에…단순 면담 자리
노동계 “업무개시명령 명분쌓기 불과”
국토부 “권한·재량 없다” 말만 되풀이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왼쪽)과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이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총파업 이후 첫 교섭을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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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와 정부는 총파업 닷새만에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으나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양측은 이틀 뒤 대화를 다시 이어가기로 했지만 최종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9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열고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안건을 논의한다.
노동계는 이날 대화는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업무개시명령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놓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다했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얘기다. 이날 대화는 화물연대의 요구를 국토부가 수용하면서 마련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교섭은 1시간 반만에 마무리됐다. 화물연대는 “국토부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각 요구안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으나 어명소 국토부 제 2차관은 ‘국토부가 답변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답변만 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어 차관은 이 자리에서 “오늘 화물연대의 입장은 대통령실에 보고하겠으나 이에 대해 국토부의 권한과 재량은 없다”는 말만 반복하다 교섭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다. 협상을 위해 정부가 구체적인 입장을 갖고 마련한 자리가 아닌 단순한 면담자리에 불과했던 셈이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30일 추가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어 차관은 교섭 이후 브리핑에서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품목에 대해서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고, 그 이외의 품목 확대는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면서 “경기가 어렵고 피해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조속한 복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결렬은 이미 예고됐었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를 기점으로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을 구성했다. 국토부 단계에서 결정하고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중대본부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집단운송거부로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가 예상된다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한편 정상적인 운송보호를 위한 경찰의 신속대응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파업에 참여 중인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화물차주)들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여러차례 ‘업무개시명령’을 언급해왔다. 국토부는 또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 외 어떠한 (화물연대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화는 하되 어떠한 타협도 없음을 명확히 했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운전자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도록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정부는 지난 2020년 제도를 도입하면서 2년의 시범기간을 가진 뒤 입법여부를 정하기로 했었다. 일몰제로 오는 12월 31일이면 소멸된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총파업을 철회한 후 정부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대상품목 확대를 약속했으나 이를 어겨 총파업에 돌입했다는 입장이지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6월 협상 당시 일몰제 연장 외 어떠한 약속도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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