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호주·미국 안전운임제 연구자들과 인터뷰
이에 대해 해외 전문가들은 “1~2년 기간 동안 진행된 조사로 안전운임제 효과를 분석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어떤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추세를 보려면 장기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오랜 시간 안전운임제를 연구해 온 데이비드 피츠 호주 브리즈번 그리피스대학교 고용관계 명예교수, 마이클 벨저 미국 웨인주립대학교 경제학 교수와 지난 26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30년 넘게 안전운임제와 교통사고 간 상관관계를 연구해 온 데이비드 피츠 교수는 “1~2년의 데이터로 사고율이 줄었다, 늘었다고 말할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제도의 효과성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1989~2021년 기준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205명의 생명을 살렸다.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사고율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제 연구의 결론”이라며 “확실한 건 제도 도입 후 10~15년 사이에 교통사고 감소 추세가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츠 교수는 “한국 정부의 3년 연장안은 충분하지 않다”며 “‘일몰’식의 연장은 이해당사자들에게 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피츠 교수는 “제도를 제대로 평가하고자 한다면 일몰제를 폐지하되 5년 뒤 평가한다는 조항을 넣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1979년부터 안전운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차종·품목을 점점 확대해 현재 음식배달 차량을 제외한 전 차종·품목에 적용 중이다.
안전운임제와 화물노동자의 안전문제에 대해 20년 동안 연구해 온 마이클 벨저 교수는 “안전운임제를 통한 적정임금 수준의 보장은 장시간 노동을 줄여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는 2018년 벨저 교수가 발표한 ‘왜 화물기사는 극단적으로 오래 일하는가’라는 논문에서 다룬 내용이기도 하다.
벨저 교수는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소득 수준이 되면 ‘과로나 과속 등을 하지 않을 것’이 논문의 가설이었고, 이 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논문의 결론은 화물노동자들이 목표 수준의 소득을 넘으면 더 적은 시간 일하게 돼 결론적으로 고속도로 안전이 강화된다는 내용이다.
또 벨저 교수는 지난해 연구에서 “화물기사의 보수율이 1% 높아지면 사고 발생률이 3.16% 낮아진다”는 결론도 도출했다. 그는 “적절한 운임 보장은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되고, 이는 결국 도로 위 국민의 안전과도 연결된다. 안전운임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안전운임제가 도입돼 있지 않다. 벨저 교수는 “안전운임제에서 미국보다 앞선 한국 정부가 이 흐름을 주도하고, 후퇴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으면 한다”며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방향은 국민의 안전과 보건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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