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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정부 “안전운임제 효과 불분명” 주장에 해외 전문가들 “1~2년간 조사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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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호주·미국 안전운임제 연구자들과 인터뷰

화물연대가 2차 총파업에 나선 이유는 일몰제 적용 대상인 ‘안전운임제의 안착’을 위해서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한시적으로 운영해선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대통령실은 줄곧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사고 위험이 줄었는지 확실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외 전문가들은 “1~2년 기간 동안 진행된 조사로 안전운임제 효과를 분석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어떤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추세를 보려면 장기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오랜 시간 안전운임제를 연구해 온 데이비드 피츠 호주 브리즈번 그리피스대학교 고용관계 명예교수, 마이클 벨저 미국 웨인주립대학교 경제학 교수와 지난 26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30년 넘게 안전운임제와 교통사고 간 상관관계를 연구해 온 데이비드 피츠 교수는 “1~2년의 데이터로 사고율이 줄었다, 늘었다고 말할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제도의 효과성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1989~2021년 기준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205명의 생명을 살렸다.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사고율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제 연구의 결론”이라며 “확실한 건 제도 도입 후 10~15년 사이에 교통사고 감소 추세가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츠 교수는 “한국 정부의 3년 연장안은 충분하지 않다”며 “‘일몰’식의 연장은 이해당사자들에게 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피츠 교수는 “제도를 제대로 평가하고자 한다면 일몰제를 폐지하되 5년 뒤 평가한다는 조항을 넣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1979년부터 안전운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차종·품목을 점점 확대해 현재 음식배달 차량을 제외한 전 차종·품목에 적용 중이다.

안전운임제와 화물노동자의 안전문제에 대해 20년 동안 연구해 온 마이클 벨저 교수는 “안전운임제를 통한 적정임금 수준의 보장은 장시간 노동을 줄여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는 2018년 벨저 교수가 발표한 ‘왜 화물기사는 극단적으로 오래 일하는가’라는 논문에서 다룬 내용이기도 하다.

벨저 교수는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소득 수준이 되면 ‘과로나 과속 등을 하지 않을 것’이 논문의 가설이었고, 이 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논문의 결론은 화물노동자들이 목표 수준의 소득을 넘으면 더 적은 시간 일하게 돼 결론적으로 고속도로 안전이 강화된다는 내용이다.

또 벨저 교수는 지난해 연구에서 “화물기사의 보수율이 1% 높아지면 사고 발생률이 3.16% 낮아진다”는 결론도 도출했다. 그는 “적절한 운임 보장은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되고, 이는 결국 도로 위 국민의 안전과도 연결된다. 안전운임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안전운임제가 도입돼 있지 않다. 벨저 교수는 “안전운임제에서 미국보다 앞선 한국 정부가 이 흐름을 주도하고, 후퇴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으면 한다”며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방향은 국민의 안전과 보건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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