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에 인내심 한계 달한 듯
봉쇄된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참사에
분노한 상하이 시민 수천명 몰려나와
“모든 봉쇄 해제, 공산당 물러나라”외쳐
경찰, 시위대에 최루탄 발사 강제 해산
시 주석 모교 칭화대서도 학생들 시위
광저우·정저우 등에서도 시위 잇달아
고강도 방역 불구 신규확진 4만명 육박
수도 베이징 일부 지역에서는 26일 주민이 아파트 단지 봉쇄에 반발하는 시위를 했고, 중국 제2의 도시이자 경제수도 상하이(上海)직할시를 포함해 다른 지역에서도 당국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진행됐다.
우루무치 희생자 추모 중국 상하이 시민들이 26일 ‘우루무치 희생자들의 안식을 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추모 집회를 하고 있다.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코로나19 봉쇄 지역에서 고층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지역 차단을 위한 설치물이 신속한 진화와 생존자 구조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당국의 고강도 방역 조치에 대한 반발 여론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영상 캡처,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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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왕징(望京)이 속한 차오양(朝陽)구는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사무용 빌딩과 아파트 봉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들이 단지 전체 봉쇄에 항의했고, 봉쇄가 철회되자 환호와 함께 스스로 해산했다.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서도 수백명의 학생들이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해 “봉쇄는 그만,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는 말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또 일부 주거 단지에서는 주민들이 감염자를 격리 시설 대신 자가 격리하도록 요구해 주민위원회에서 이를 허용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당국의 통제가 철저한 중국에서 당국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온라인에서도 격리 시설 대신 자가 격리를 허용해 달라는 온라인 서명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소수민족 위구르인이 모여 사는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는 26일 수천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구도(區都) 우루무치 봉쇄 지역에서 24일 발생한 고층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숨진 것에 대해 항의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우루무치의 봉쇄를 해제하라, 신장의 봉쇄를 해제하라,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라”라고 주장했고, 어느 순간 “중국 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라는 구호도 외쳤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시위대는 경찰이 최루탄 등을 쏴 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번 인명 희생이 당국의 방역 조치로 인해 진화 작업이나 대피에 영향을 줘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루무치시는 기자회견을 열고 부인했지만, 화재를 계기로 주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8월 이후 계속되는 우루무치의 장기 봉쇄 상황에 지친 일부 시민이 시(市) 정부 앞에서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치며 시위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퍼지기도 한다.
지난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경찰들이 고강도 코로나19 봉쇄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지켜보고 있다. 상하이=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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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은 연대의 의미이자 검열에 항의한다는 뜻으로 백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시위 현장에서도 백지를 들고 항의했다.
이외에도 중국의 핵심 산업 기반인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등 여러 지역에서 코로나19 봉쇄에 질린 주민의 성난 시위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 최대 협력 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에서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노동자 이탈로 아이폰 출하량이 애초 예상보다 30%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0월 29일 폭스콘 공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들이 도보로 고향으로 가고 있는 모습. 정저우=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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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력한 방역 조치에도 중국의 신규 감염자 수가 4만명에 육박하며 연일 역대 기록을 경신하자 코로나19 상황이 당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방역 당국에 따르면 31개 성·시·자치구의 26일 신규 감염자 수는 3만9506명(무증상 3만5858명 포함)으로 사흘 연속 3만명이 넘었다.
베이징·도쿄=이귀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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