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아래)와 감만부두에 제때 처리되지 못한 컨테이너들이 쌓여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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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 나흘째로 접어든 27일 산업 현장 곳곳에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에선 공장 가동 중단 우려가 나오고, 일부 지역에선 수소 충전소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며 수소버스 운행이 일부 중단됐다.
LG화학과 GS칼텍스 등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선 파업 여파로 석유화학 제품이 나흘째 반출되지 못했다. 현장에선 공장 가동 중단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장 관계자는 “아무리 오래 버틴다고 해도 2주일이 넘어가면 설비 가동 중단 검토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핵심 시설인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이 중단되는 순간 천문학적인 손해가 발생한다, 설비를 순차적으로 세우는 데만 며칠이 걸리고, 다시 가동하려고 해도 잔여물을 모두 빼내고 재정비하는데 일주일가량 걸려서다. 업계에서는 주요 산단의 NCC가 모두 가동을 중단할 경우 하루 3000억원 이상의 손해가 생길 것으로 추정한다.
파업 첫날부터 제품 출하가 중단된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에서도 파업 이후 하루 평균 5만t 규모의 철강재가 내부에 쌓이고 있다. 철강제품 등이 반출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야적장 부지와 공장 내 제품 보관창고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버티고 있다. 일부 급한 물량은 육로를 선박을 이용해 운송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화물연대에 필수 설비나 자재 운송만큼은 가능하게 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측이 탱크로리 차량 출입을 막으면서 일부 지역에선 주유소 등 기름 공급이 멈췄다. 겨울 한파를 앞두고 지역 경제에 타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완성차를 출고센터로 탁송하는 카캐리어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배송센터 직원들이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 이송하는 ‘로드 탁송’에 투입됐다. 기아 광주공장도 카캐리어가 운행을 멈추면서 하루 2000대 정도인 생산 물량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한 상태다. 기아 측은 임시방편으로 제3의 장소를 마련해 하루 생산 물량을 모두 옮겨 놓기로 하고 개별 운송을 시작했다.
전북 전주에선 이번 파업으로 수소충전소 수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수소버스가 운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내 대부분의 수소충전소는 수소 저장·운송 장비로 대형 화물특장차 위에 카트리지 형식의 저장 용기를 장착한 수소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산업단지로부터 수소를 공급한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 수소튜브 트레일러가 동참하면서 전주시가 운영하는 수소 시내버스 31대 중 13대의 운행이 중단됐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7일 경기 성남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에서 화물연대 파업 관련 전국 저유소 파업현황과 휘발유, 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 출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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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멘트 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전날 시멘트 10만3000t의 출하가 계획됐지만 이번 파업으로 실제 출하량은 계획 대비 9% 수준인 9000t에 그쳤다. 피해 금액이 이날 94억원을 포함해 누적 464억원에 이른다.
부산 등 남부지역 일부 기지에서 경찰의 도움을 받아 시멘트 출하가 이뤄졌으나 동해·삼척·강릉·영월 등 주요 시멘트 생산 공장과 수도권 기지의 시멘트 출하는 ‘여전히 스톱’ 상태다. 업계는 철도와 선박을 통해 각 출하 기지에 최대한 많은 시멘트를 이송 중이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운송 차질로 레미콘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번주부터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속출할 것”이라며 “(콘크리트 타설이 중단됐던) 둔촌주공아파트 현장뿐 아니라 다른 건설 현장도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면 건설 일용직 근로자의 일도 없어진다”며 “민주노총이 화물연대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만 노동법으로 보호 받아야 할 다른 노동자의 생계는 어떻게 하나”라고 되물었다.
한편 무역협회는 지난 25일 오후 6시까지 총 31개 화주사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물류 애로 53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납품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및 해외 바이어 거래선 단절 24건(45%),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비 증가 15건(28%), 원·부자재 반입 차질에 따른 생산 중단 13건(25%), 공장·항만 반출입 차질로 인한 물품 폐기 1건(2%) 등이었다.
식품을 수출하는 A사는 출고 지연으로 해외 바이어로부터 배상금 지급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식품 업체인 B사는 생산 차질과 재고 관리 문제를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식품 특성상 장기간 파업 시 폐기될 수 있다”며 “피해를 떠나 존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백일현·김민상·이희권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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