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강남우체국에서 집배원들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분류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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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 부자를 겨냥한 세금. 더는 종합부동산세에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니다. 올해 종부세를 내는 1세대 1주택자 중 절반 이상이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였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연 2000만원을 벌면서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는 1주택자도 30%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27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소득 구간별 종부세 고지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기재부 집계 결과 연간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이면서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는 올해 7만3063명에 이른다. 2020년 5만853명에서 43.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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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 종부세 납부자 절반, 소득 5000만 이하
소득은 지난해분 근로ㆍ이자ㆍ배당ㆍ연금ㆍ기타 소득(원천징수 기준)에 사업 소득, 부동산 임대 소득까지 모두 합산한 액수다. 최저임금(올해 시급 9160원)을 연봉으로 환산한 금액 2297만원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면서 종부세를 내야 하는 1주택자가 올해 3명 중 1명꼴(31.8%)이었다. 이 비율은 2020년 40.8%에서 올해 30%대로 줄었지만, 이는 종부세 전체 과세 인원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1주택 종부세 납부 대상 가운데 소득이 적은 고령 은퇴자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소득 수준에 비해 세 부담이 과중하다”고 지적했다. 1주택자 중 연 소득이 1000만원 이하면서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올해 5만148명(21.8%)에 달했다. 종부세가 고소득층 전유물이 아니란 의미다. 1주택 과세 대상자 절반 이상(52.2%)이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였다. 연 소득 1억원 초과자 비율은 28.3%로 그보다 적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종부세액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1주택 종부세 납부자 중 연 소득이 1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올해 부담하는 종부세액은 평균 75만2000원이다. 5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 1주택자가 납부해야할 평균 종부세액 97만1000원과 비교해 약 22만원 차이가 난다. 기재부는 “소득 차이에 비해 세액 차이가 작아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세 부담이 크게 체감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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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종부세 과세 인원 첫 100만 돌파
기재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과세 인원은 총 122만 명이다. 지난해보다 28만9000명 증가하며 처음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올해 신규로 종부세 납세 대상에 합류한 인원은 37만5000명으로 1인당 내야하는 세액은 평균 244만9000원이다. 고지액에 지난해보다 늘어난 사람도 47만1000명에 달하는데, 전체 종부세 납세자의 38.7% 수준이다.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췄지만 공시가격 상승(17.2%) 효과가 워낙 컸던 탓에 종부세 부담이 전반적으로 늘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한 1주택자 특별공제(기본공제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3억원 추가) 도입이 무산되면서 과세 인원이 기존 예상보다 더 증가했다.
초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이 아닌 비강남ㆍ비서울 지역에서 종부세 과세 인원이 집중적으로 증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재부 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기준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신규 편입, 세액 증가(지난해와 비교) 인원 비중이 높은 지역은 인천 84.3%, 부산 83.1%, 경기 77.9%, 대전 69.5%, 세종 69.2% 순서였다. 서울 내 자치구별로 비교했을 땐 노원 85.9%, 도봉 84%, 강동 77%, 중랑 76.3%, 동작 74.2% 순으로 높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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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 종부세 개정안 놓고 ‘치킨 게임’
기재부는 종부세 ▶기본공제 6억→9억원(1주택 11억→12억원) 상향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와 세율 인하 ▶세 부담 상한 150% 일원화 등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종부세 과세 인원이 올해 122만 명(주택 보유자 대비 8%)에서 내년 66만6000명(4%)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66만5000명과 비슷한 규모다. 이런 이유를 들어 기재부는 종부세 개정안 처리를 국회에 요구하고 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반대가 계속된다면 내년에도 종부세 ‘폭탄’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부동산 가격은 급락하고, 금리는 급등하는 가운데 재산세에 종부세까지 각종 보유세가 증가하면서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여·야·정 간 ‘치킨 게임’이 계속되고 있는데, 통 큰 합의를 막판에 이뤄내지 않는다면 납세자 불만, 경제 불안을 더 고조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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