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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설] 민주당 李행안장관 파면 요구, 이럴 거면 국정조사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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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28일까지 파면하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계획서가 국회를 통과한 지 하루 만에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 장관 파면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끝내 국민 뜻을 거역한다면 국회가 직접 나서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으면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는 으름장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재적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 동의와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민주당이 지난 9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의결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에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대비해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검토 중이다. 이럴 거면 애초부터 국정조사를 왜 하자고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조사계획서에 따르면 조사기간만 45일이다. 시간이 부족하면 국회 본회의 의결로 늘릴 수 있다. '위원회가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기관들에 대해선 추가로 조사대상에 넣을 수도 있다. 이처럼 국정조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리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경찰 수사도 막바지 단계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경찰 수사나 국정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장관 경질부터 요구하는 것은 진실 규명보다 정파적 이익을 노린 횡포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이 장관 책임을 묻는 여론이 높다"고 하지만 문책 대상과 시기 등을 자신들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국민의 뜻인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실이 "국정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 장관부터 나가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일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참사 과정에서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정치공세일 뿐이다. 이로 인해 여야 대치가 격화되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지금은 사태 수습과 진상 규명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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