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 시바타 도요 作 '바람과 햇살과 나'
98세에 첫 시집을 냈던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작품이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라는 쓸쓸한 메시지를 어쩜 이렇게 깜찍하게 치환할 수 있는지. 참 대단한 시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세상사를 다 깨우친 도인처럼 인생사의 본질을 꿰뚫었는데, 문장 안에서는 10대 소녀 같은 발칙함이 묻어난다.
나만 그런가. 이 시를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인생은 원래 혼자라는 진실을 이렇게 상큼하게 알려주다니. 그래 인생은 혼자여서 아름답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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