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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시가 있는 월요일] 혼자여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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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 시바타 도요 作 '바람과 햇살과 나'

98세에 첫 시집을 냈던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작품이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라는 쓸쓸한 메시지를 어쩜 이렇게 깜찍하게 치환할 수 있는지. 참 대단한 시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세상사를 다 깨우친 도인처럼 인생사의 본질을 꿰뚫었는데, 문장 안에서는 10대 소녀 같은 발칙함이 묻어난다.

나만 그런가. 이 시를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인생은 원래 혼자라는 진실을 이렇게 상큼하게 알려주다니. 그래 인생은 혼자여서 아름답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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