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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년 만에 ‘두배 이자폭탄’…대출금리 언제까지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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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10%대 육박하는 은행 이자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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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금리 홍보물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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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전지 사업을 하는 두산퓨얼셀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두산 계열사다. 시가총액이 2조3천억원대로 11월24일 기준 121위다. 올해는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연말 예상 부채비율이 60%대에 그칠 정도로 재무구조는 건실하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투자적격등급의 맨 하단인 BBB를 받고 있다. 그런 두산퓨얼셀이 11월16일 100억원어치의 사모 회사채를 9.2% 금리로 발행했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지난해 9월 3.8%에서 올해 8월 6.2%로 뛰더니, 이제 두자릿수에 육박할 정도까지 오른 것이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채무의 이자율이 10%면 이자 합계액이 원금을 넘어서는 데 6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가계의 신용대출 금리도 두자릿수에 근접해가고 있다. 은행연합회 11월 공시를 보면, 제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신용점수 701~750점대의 10월 가계 일반신용대출 금리가 엔에이치(NH)농협은행 8.36%, 케이비(KB)국민은행 8.31%, 신한은행이 8.08%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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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상단 4%, 한은 3.25%

이자는 돈을 빌려 쓴 대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계약상의 최고이자율 연 20%’(2021년 7월부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빌리는 쪽과 빌려주는 쪽이 합의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개인들은 주로 은행이나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에 돈을 맡기고, 그곳에서 대출을 받는다. 예·적금을 재원으로 대출하는 이들 금융기관에서 대출금리는 예금금리보다 당연히 비싸다. 금융회사는 예대금리차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 수준은 당국의 자산 건전성 관리가 엄격해 파산 위험이 적은 은행 쪽이 제2금융권보다 낮다.

국가나 기업은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많다. 정부가 발행하는 것이 국채, 회사가 발행하는 것이 회사채다. 기업은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어음(CP)을 발행해 팔기도 한다. 은행도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를 팔아서도 자금을 조달한다. 채권·증권 거래는 주로 증권사들이 중개한다.

한 나라의 금리 수준을 좌우하는 것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다. 높을수록 금리도 높다. 장기 흐름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선 1997~1998년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전까지 우량 회사채 금리가 명목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추세로 움직였다. 그 뒤엔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명목금리 수준이 명목성장률보다 대체로 낮게 유지됐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금리 수준에 영향을 끼친다. 경기 과열로 물가상승률이 목표로 설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기준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줄이고, 투자와 고용, 소비가 부진해지면 기준금리를 떨어뜨려 경기 활성화를 돕는다. 2020년 초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고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20년 1월 1.75%이던 기준금리를 두차례에 걸쳐 0~0.25%까지 내렸다. 한국은행도 그해 2월 1.25%에서 3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0.5%로 낮췄다. 시간이 흐르자 급격한 통화완화, 재정지출 확대는 공급망이 삐걱거리는 가운데 수요 폭발로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상승을 불렀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11월까지 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75~4.0%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은 한발 앞서 2021년 8월 0.75%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9차례에 걸쳐 3.25%까지 올렸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과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 등 거래를 할 때 기준치가 되는 기준금리는 시장금리를 움직이는 지렛대다. 이를 인상하면, 콜금리 등 단기시장금리는 즉시 오르고 은행 예금 및 대출 금리도 상승한다. 돈을 빌려주는 쪽은 차주의 상환능력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된다.

시장금리는 대부자와 차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돈을 빌리는 사람(또는 국가, 법인)이 장기간 상환 요구에 시달리지 않고 돈을 쓰려면 이자를 더 내야 한다. 그보다 더 결정적으로 금리 수준을 좌우하는 것이 돈을 빌리는 쪽의 상환능력이다. 담보와 신용도가 이를 좌우한다. 확실한 담보를 제공하면 이자율은 낮아진다. 담보나 보증 없는 대출은 채무자의 신용도가 떨어질수록 돈을 떼일 위험도를 반영해 금리가 높아진다. 신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사람(또는 법인)은 아예 돈을 못 빌리는 수가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기 전인 2021년 7월 말(기준금리 0.5%)과 비교하면 현재 기준금리는 2.75%포인트 올라 있다. 같은 기간 신용도가 최고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42%에서 3.69%로 2.27%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 폭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회사채(3년 만기, AA등급) 금리는 1.85%에서 5.40%로 3.55%포인트나 올랐다.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때문에 발행이 폭증한 한전채(3년 만기, AAA등급)는 신용등급이 국채와 같음에도 1.63%에서 5.43%로 3.80%포인트나 뛰었다. BBB급 회사채 금리는 8.21%에서 11.24%로 3.03%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금리가 너무 올라가 발행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0월 BBB급 회사채 발행액은 550억원으로 9월의 2800억원에서 급감했다.

가계에 직접 타격 ‘주담대’ 어쩌나

가계의 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평균금리는 2021년 7월 2.81%에서 지난 9월 4.79%로 올랐다. 같은 기간 가계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86%에서 6.62%로 훨씬 크게 뛰었다. 이건 평균값이고, 신용도가 낮은 경우 금리가 두자릿수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은 21.5%(잔액 기준, 9월)에 지나지 않는다. 변동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코픽스(은행자금조달지수)는 2021년 7월 0.92%(신규취급액 기준)에서 11월15일 3.98%로 뛰었다. 16일부터 이 금리가 적용되고 있는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올린 24일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31~7.17%다. 일주일 전에 견줘 0.13~0.35%포인트 상승했다. 상단이 더 크게 오른 것은 ‘한은 기준금리’라는 지렛대가 신용도가 낮은 차주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가서고 있다는 기대가 일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을 멈춘다고 시장금리가 곧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다. 늘어나는 이자 탓에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부채관리를 잘해야 한다. 돈이 더 필요한데 높은 이자를 주고도 더는 못 빌리게 되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한겨레 논설위원. 경제부장,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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