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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리포트] 심장을 멎게 하는 ‘고메이’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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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메뉴’의 감독 마크 마이로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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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시리즈 ‘석세션’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마크 마이로드 감독이 영화 ‘더 메뉴’로 찾아왔다. 유명 셰프 줄리안 슬로윅(라이프 파인스 분)이 외딴 섬에서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 호손으로 미식 여행을 온 초청객들의 기이한 경험을 코스 요리로 엮은 다크 코미디 스릴러다. 라이프 파인스가 지휘하는 키친 스탭들과 안야 테일러-조이, 니콜라스 홀트, 존 레귀자모, 자넷 맥티어, 주디스 라이트, 홍 차우 등 호화 출연진이 예술의 경지에 오른 요리를 만들어내듯 섬세한 균형을 맞춘 재료가 되어 응집력을 발휘한다. 이렇게 완성된 코스 요리가 하나씩 나올 때 마다 고메이 푸드와 엘리트 주의에 대한 사회적 풍자가 심장을 콕콕 쑤시면서 기쁨과 경악, 비웃음이 쉴 새없이 터져나오는 영화다. 지난 토론토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마크 마이로드 감독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코미디와 스릴러, 풍자가 꼭지점이 되는 정삼각형 구도를 떠올렸고 적절한 톤 유지가 흥미로운 도전으로 여겨졌다. 리듬과 구성이 필요했지만 12명의 초청객들이 레스토랑에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요리 세계가 중심이 되고 캐릭터들을 지배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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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파인스가 연기한 슬로윅 셰프는 자기 혐오에 사로잡힌 고통 속에 있는 아티스트이자 분노가 끓어오른 독재자로 화면을 장악한다. 마크 마이로드 감독은 혁신적이고 예술성이 뛰어난 슬로윅의 요리 철학을 위해 실존인물인 르네 레드제피(‘노마’ 레스토랑 셰프)와 그랜트 애커츠(분자화학 기법 요리의 선구자)의 음식세계를 접목했다고 밝혔다. 그랜트 에커츠는 공중에 뜨는 음식 ‘설탕 풍선’을 고안한 시카고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알리니아’의 셰프이다. 또, 르네 레드제피는 코펜하겐을 노르딕 음식으로 유명한 ‘미식 도시’로 발전시킨 주역이다. 영화 속 호손 레스토랑은 르네 레드제피의 음식을 경험하러 덴마크로 날아와 한 끼의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젯셋’ 문화가 모티브로 작용했다. 마이로드 감독은 “키친 스탭들 모두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배우들을 기용했고 음식의 풍미와 질감, 색상에 몰입감을 더해주고 싶어 도미니크 크렌(미국 최초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여성 셰프)을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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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메뉴’는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촬영을 했다.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가 37일 간 창고에 갇혀 있었고 두 가지 원칙이 제시됐다. 모든 배우가 촬영장을 떠나지 말 것, 그리고 마이크는 항상 ‘온’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또, 출연자 전원에게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작품 ‘절멸의 천사’를 보고 오라는 과제도 냈다. 레스토랑이라는 사회의 축소판에서 그들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다.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서스펜스 영화 ‘고스포드 파크’를 오마주했다는 마이로드 감독은 “고통스러운 디너 파티에서 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게 좋았다. 그렇게 식사 장면은 와이드샷으로 찍고 요리를 클로즈업하다가 그 음식을 맛보는 배우들에게 카메라가 향해지도록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캐릭터들의 동선과 관계를 아주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조율해낸 ‘고스포드 파크’처럼 치밀한 연출과 잘 짜여진 각본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촬영장의 환경을 개념화해서 끓어오르는 가마솥의 마법을 기대했다는 마이로드 감독은 “훌륭한 즉흥 대사와 연기가 더해지는 ‘팀워크’가 작용하면서 우리 모두 기쁨을 만끽할 자격이 생겼다”고 흡족해했다./하은선 미주한국일보 부국장, 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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