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결심은 섰다.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무기한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결국 모든 것은 화물연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
파업에 업무개시명령 만지작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도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는 아무런 명분도 없으며 경제와 민생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이라며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국가적 위기 상황서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모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며 “불법적인 폭력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힌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와 관련한 대통령실 입장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처럼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적용 차종 및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2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에 대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화물운송 관련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전례는 없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말로만 엄포를 놓는 사람이 아니다”며 “화물연대가 파업을 거둬들이지 않는다면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발동 시기에 대해 특정해 말하긴 어렵다”고 했지만, 파업이 지속 된다면 다음 국무회의가 열리는 29일 의결이 가장 유력하단 관측이 나온다.
━
“尹, 말로만 엄포놓는 사람 아냐”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송사업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을 거부해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사실상 강제 업무 복귀지시다.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의료법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2년 전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 휴진을 했을 때 발동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정부는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 초래’라는 발동 명령 조건상 핀셋 업무개시명령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시멘트를 운송하는 벌크 트레일러(BCT)와 주유소 기름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운송기사들이 그 대상이다. 심각한 위기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화물연대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선 산업 부분별 구체적 피해액도 집계하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1만 2000가구가 들어서는 둔촌주공 재건축 골조 공사가 중단된 게 대표적 사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국 건설 현장의 막대한 피해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24일 오후 부산 남구 용당부두 부근 화물차휴게소에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에서 ‘업무개시명령’이란 초강경 카드를 검토하는 건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그만큼 막심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이 서민과 국가물류를 볼모로 삼는 협박성 파업에 가깝다며 참모들에게 원칙적 대응을 주문했다고 한다.
━
“尹정부 과거와 다르다”
특히 정부는 지난 6월 화물연대가 안전운임법 일몰제 폐지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나섰다가 정부와 ‘일몰제 연장’에 합의했는데도, 5개월 만에 다시 총파업에 나선 이상 ‘원칙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다르다”며 “대화의 문은 열어놓지만,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원칙을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미 이번 파업과 관련해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과 ‘안전운임제 태스크포스(TF) 구성’이란 협상 카드도 화물연대에 제시한 상태다. 이 부대변인은 이날 “정부가 5개월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야권이 비판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화물연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긴급현장상황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는 29일 국무회의 이전까지 화물연대와 대화를 이어가겠단 방침이지만 ‘안전운임제’를 둘러싸고 합의점을 찾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전운임제에 대한 양측의 견해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를 시행해본 결과 교통안전 개선 효과는 아직 불분명하다. 안전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송기사들의) 소득이 올라가는 효과만 있었다”며 화물연대의 요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일몰제 연장엔 찬성하면서도 제도 자체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반면 화물연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선 안전운임제 법제화와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설령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더라도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조사기관인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경제 위기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 정부도 물러설 공간이 많지 않다”며 “양측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