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5개월 만에 또 화물차 봉쇄… 철강·시멘트 운송 차질 시작 [화물연대 파업 돌입]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국 항만·컨테이너 기지 화물차 도열

노조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목청

현대제철, 하루 8000t 물량 모두 못 보내

시멘트회사, 도로 막히자 철도·해상 출하

주말부터 레미콘 공장 가동 어려움 전망

전국 재건축 공사 현장 등 ‘올스톱’ 우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부산항 등 전국 항만과 컨테이너 기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화물연대는 24일 0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고, 물류 거점마다 운송 차질이 가시화하고 있다.

세계일보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24일 부산 남구 한 화물차 주차장에 운행을 멈춘 트레일러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0시 전국 16곳에서 출정식을 열고 파업 시작을 선언했다. 각 지역본부가 출정식을 개최한 장소에는 운송을 멈춘 화물차가 대열을 이룬 채 늘어섰고, 노조원들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화물연대 총파업 돌입에 따라 기업체들은 제품 반입과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는 최저임금처럼 적정 수준의 운임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을 대상으로 일몰제로 도입됐고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화물연대는 물가와 유류비는 치솟았지만 운임은 10여년간 오히려 하락해 많은 화물기사가 생계를 위해 억지로 과속·과적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기사들이 과로에 내몰리며 도로 안전도 위협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6월 파업 당시 정부가 안전운임제 확대 논의를 약속했지만 이후 오히려 개악에 나섰다고 반발했다.

세계일보

구호 외치는 勞 24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이날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부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수도권 최대 물류 거점인 경기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 도로에선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소속 화물기사 1100여명이 모여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는 ‘의왕ICD’ ‘평택항’ 등 소속 지회가 적힌 깃발이 늘어섰다.

출정식 주변 길가에 주차된 트레일러에는 ‘차고지 외 밤샘주차’를 알리는 딱지가 붙었다. 화물기사 김모(50)씨는 “오죽하면 길거리로 나왔겠느냐”며 “안전운임제가 없어지면 한 달 500만원 가까이 나가는 차량 할부금과 한 번에 50만원 이상 나가는 유류비를 낸 뒤 생활비 대기도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세계일보

철회 호소한 使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한 경제6단체장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손경식 경총회장, 최진식 중견련 회장, 이재원 중기중앙회 전무. 남제현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왕 ICD 측은 당장 큰 운송 차질은 없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화물 운송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최대 수출입 항만인 부산항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6월 파업 때 적잖은 피해를 봤던 부산항은 운영 차질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화물을 싣고 오가는 컨테이너 차량으로 붐빌 북항 신선대 부두는 이날 한적한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항만공사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터미널운영사의 수출화물 선적 반입 가능 기준일을 기존 3일에서 5일로 완화해, 파업 전 조기에 수출화물이 부두로 반입될 수 있도록 조치한 상태다.

전남 광양항터미널의 경우 입구가 트레일러 차량으로 가로막혀 화물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 평택·당진항의 컨테이너 부두 하역사와 육상운송 회사 대부분도 운영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하루 8000t 물량을 출하하는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이날 전혀 물량을 내보내지 못했다. 육로와 해상 출하량이 평균 2만7000t에 달하는 강원 삼척 삼표 시멘트는 파업으로 육로가 막히자 해상으로만 2만5000t을 출하했고, 동해 쌍용시멘트도 철로를 통해 4000t가량만 먼저 출하한 상태다.

세계일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하며 카캐리어(자동차 운반차량)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사진은 화물연대 파업 전날인 23일의 광주 서구 기아 오토랜드 광주2공장 완성차주차장(왼쪽)과 화물연대 파업 영향으로 완성차 주차장에 차량이 쌓여가는 24일의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완성차를 지역별 출고센터로 탁송하는 ‘카캐리어’ 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현대차 직원들이 일부 투입돼 완성차를 이송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건설업계 건설자재 공급, 감귤 유통, 제주삼다수 수도권 운송 등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주말부터는 전국의 레미콘 공장이 가동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수도권 레미콘 운송 노조의 서울 사대문 내 운송 거부 사태에 이어 코레일의 오봉역 사고 여파로 이달 초 수도권 주요 유통기지인 의왕 기지는 현재까지 시멘트 출하가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내달 초 분양 예정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은 1∼2일 이내에 레미콘 타설을 멈춰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왕·부산·강릉=오상도·오성택·박명원 기자, 박세준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