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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팀장시각] 화물연대 파업이 침체를 부추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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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이렇게 흥이 나지 않는 월드컵은 처음이다.”




월드컵 개막식이 있었던 21일 새벽, 냉소적인 댓글이 마음을 짓눌렀다. 이어진 반응도 싸늘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비롯된 거리응원 찬반 논쟁은 결국 정치 문제로 비화했다. 기대감이 사라진 댓글창은 축구보다 격렬한 비난의 장으로 퇴색했다.

박탈감과 우울감을 상징하는 ‘블루’라는 단어가 분야를 막론하고 사회 곳곳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3년 전 등장한 ‘코로나 블루’가 ‘엔데믹 블루’로, 부동산 하락에 빗대어 심리적 방역이 이뤄지지 않은 자리엔 ‘부동산 블루’가 똬리를 틀었다. 누군가를 겨냥한 해소되지 않은 불만은 시한폭탄 같다.

세계인의 축제가 한창이지만, 흉흉한 뉴스가 눈에 밟히는 이유도 침체된 분위기의 영향이다. 방송에서 비치는 정치판에는 날이 서 있고, 신문 지면을 채운 경제 섹션에는 위기감이 역력하다. 주말 가두시위로 도로 위 차에 갇힌 신세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연말이다.

복합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역대급 ‘동투(冬鬪)’는 우리 사회를 옥죄는 변수다. 철도노조는 인력 충원을,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 연장을 요구하고 거리로 나섰다. 표면적인 이유는 안전과 생존권이지만,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이 남긴 상흔을 ‘없던 일’로 제쳐둘 수 없어서다.

누구나 먹고사는 문제에선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분명 피해가 수반된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노사분규 건수 약 111건, 근로 손실일수 약 75만4500일이라는 통계가 노사 간 끊임없는 악순환을 증명한다.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이 연쇄적인 쟁의행위의 신호탄 성격이 짙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난의 화살은 노동계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일상이 멈추는 최악의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이어 급식·돌봄, 지하철 파업까지 예고돼 있어서다. 이번 연쇄 파업에는 의료연대본부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등 공공운수노조 산하 조직까지 참여한다. 대중교통과 물류는 물론, 의료 부문까지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여당은 앞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다. 이는 요구사항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총파업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화물차의 안전 운행을 위해 운임이 아닌 안전관리 자체의 관점에서 당사자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화주의 입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매년 협상 때마다 되풀이되는 노동계의 과도한 요구와 불법파업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한 만큼 정부의 방향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물류비가 눈덩이로 불어난 상황에서 기업의 압박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올해보다 내년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눈앞에 산적한 실타래보다 긴 안목이 필요하다. 힘의 논리는 침체된 분위기를 더 끌어내린다.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장기적으로 무엇이 이득인지 한 테이블에서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월드컵으로도 달래지지 않을 ‘블루의 늪’을 탈출하는 현실적이고 현명한 길이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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