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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산업생산과 소비동향

재고 쌓이고 생산 멈추고...산업계 “6월 악몽 재연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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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에 긴장하는 기업들

철강·석화·차·시멘트·컨테이너 등 운송 거부

철강은 先출하로 대응...침수 피해복구 지연

시멘트·레미콘, 생산차질에 건설현장 우려감

헤럴드경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4일 0시를 기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 경기도 의왕시 의왕ICD 오거리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파업 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의왕=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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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며 5개월 만에 총파업에 나서면서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기업은 지난 6월 경험한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물류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물연대는 오는 24일 0시를 기해 총파업에 나섰다. 안전운임제는 거리에 따른 최소 운임을 정하고 이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화주를 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화물연대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안전 운임제를 이어가는 동시에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에 한정된 대상 화물을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 및 곡물, 택배로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는 지역별로 운송 거부 품목을 제시했다.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시멘트, 컨테이너 등이 대다수 부문이 주요 운송 거부 대상이다.

철강업계는 지난 6월 화물연대의 8일간 파업 과정에서 1조원 이상의 철강재를 출하하지 못했다. 이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우선 고객사와 협의를 통해 제품을 선출하하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긴급재를 중심으로 고객사에 출하하고 있지만 제품을 쌓아둘 수 있는 한계는 2주에 불과하다”며 “파업이 길어지면 생산 중단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 9월 태풍 힌남노와 냉천 범람에 따른 침수 피해 복구 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복구를 위한 설비 진입이나 폐기물 반출을 막으면 복구 작업을 할 수 없어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복구를 위한 설비는 반입할 수 있도록 화물연대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멘트·레미콘사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업종이다. 시멘트는 생산 후 출하하지 못한 시멘트를 시멘트사일로(시멘트 저장고)에 쌓아 둔다. 레미콘사에서 미리 받은 재고로 생산공장을 돌릴 수 있지만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이틀 정도다. 파업이 이틀 이상 이어진다면 정상적인 생산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 경우 시멘트사는 재고를 줄이기 위해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레미콘사 역시 원료가 없어 생산 공장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6월 화물 연대 파업 당시 시멘트 업계는 출하량을 평소 10% 수준으로 낮추면서 하루 15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전국 레미콘 공장 중단에 따른 하루 평균 손실액은 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전자·가전업계도 대안 찾기에 분주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셧다운’ 위기가 올 수밖에 없어 생산제품 적재공간과 수출용 컨테이너를 확보하는 등 일찌감치 대비하고 있다”며 “그러나 부품이나 제품을 쌓아두는 것은 한계가 있는 탓에 물류 전반에 대한 상황실을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자부품업계는 건설 중인 공장 건설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시장 선도를 위해 국내 공장을 증설하고 신규 공장을 짓는데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일정을 늦어지면 고객사 확보 등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다른 관계자는 “저성장,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로 올해 실적이 기대 이하였다”며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성수기에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에 나서는데 이런 특수에 물류 차질이 생길까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건설현장의 직접적인 피해도 불가피하다. 시멘트와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면 전국 건설 현장의 공정을 이어갈 수 없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로 살얼음판을 겪는 건설업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 6월 화물 연대 파업 당시 시멘트 업계는 출하량을 평소 10% 수준으로 낮추면서 하루 15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소차 차주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수소를 운반하는 트레일러가 운행을 멈추면 수소 충전소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실제 6월 파업 당시 전국의 수소 충전소 110곳 중 30곳 이상이 운영에 차질을 빚어 ‘충전 대란’이 발생했다. 이에 수소유통전담기관들은 수소충전소 정보를 알림앱 ‘하잉(hying)’에 띄우고 차주에게 대응을 권한 상태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화물연대 파업 중단과 주52시간제, 세제 기업부담 완화 등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6월 집단 운송거부로 국가기간산업이 1주일 넘게 마비됐고, 수출계약 파기 사례가 늘었다”며 “경제에 미칠 심각한 피해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원호연·김성미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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