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인근 주차장에서 운행을 멈춘 컨테이너 운반 트레일러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대상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2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부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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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0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요구의 핵심은 '안전운임제'다. 정부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방침에도 화물연대는 강하게 반발하며 영구 제도화와 범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안전운임제가 무엇이길래 화물차 기사들과 정부, 화주의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걸까.
최저임금제와 같은 안전운임제... 화물연대 "안전 위해 일몰제 폐지" 주장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일종의 '최저임금제'와 비슷하다. 최소 적정 운송료를 보장해줌으로써 화물차 기사들의 과로와 과속, 과적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이를 지키지 않는 화주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2020년 도입됐지만, 3년 시행 이후 폐지하는 '일몰제'로 시작돼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올해 말 종료된다.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폐지해 제도로 완전히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에서 내놓은 '일몰 3년 연장' 카드에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화물연대는 "실제로 안전운임제는 도로 위 위협을 줄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시행 이후 시멘트 품목 과적 경험이 30%에서 10%로 떨어졌고, 컨테이너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비율은 29%에서 1.4%까지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장시간 노동과 야간 운행, 과로와 과적이 줄면서 도로 안전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제도 도입 이후 화물차주 근로여건은 개선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올해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컨테이너 차주 월 순수입은 373만 원으로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인 2019년(300만 원)에 비해 24.3% 올랐고 시멘트 차주 월 순수입은 424만 원으로 같은 기간 2배 이상 높아졌다. 같은 기간 월 근로시간은 5~10%가량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위험한 운송 행태가 많이 시정됐다"며 "노동자와 시민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정부 "사고방지 효과 증명 안 돼... 물류비 높아지면 국가경제 부담"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군 관계자들이 비상수송 차량에 현수막을 부착하고 있다. 의왕=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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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는 안전운임제가 사고를 방지하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제도 확대가 운송료를 올리는 역할을 하는 만큼 적용 대상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법 적용 대상은 수출입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에 한정돼 전체 사업용 화물차의 6~7% 수준인데, 화물연대는 적용 대상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국토부는 적용 품목 확대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화물연대가 확대를 요구하는 자동차, 위험물 등 다른 품목들은 컨테이너·시멘트 대비 차주 소득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안전운임제 필요성이 낮다"며 "품목 확대로 국내 주요 산업 물류비가 상승하면 소비자와 국민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과 관련해서도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나 사고 건수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제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6월 총파업 종료 조건으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적용 품목 확대 논의를 약속했지만, 이후 책임을 방기하고 오히려 합의 내용을 파기하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정부가 화주 입장만을 대변해 안전운임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정부의 6월 총파업 합의 파기가 이번 파업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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