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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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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 ‘고물가’ ‘분배 악화’…더 초라해진 경제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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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양극화마저 심해져…분배 악화

세계일보

통계청 관계자가 3분기 가계동향조사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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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한 고물가와 분배 악화로 인해 윤석열 정부의 출범 반년째 경제 성적표가 초라해진 모습이다.

뉴스1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물가 영향을 제외한 가계 실질소득이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전인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재난지원금 등 코로나19 한시 복지가 사라지면서 분배 지표마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득 최하위 계층에 해당하는 1분위 소득만 나홀로 뒷걸음친 반면 최상위 5분위의 소득 증가세는 다른 분위를 웃돌았다.

18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월평균 가계 총소득(486만9000원)은 근로·사업소득이 증가하면서 3.0% 증가했으나 실질소득은 -2.8%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는 물가 상승 여파로 분석됐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6.3% 오르면서 외환위기이던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게 치솟았다. 이어서 8·9월에도 각각 5.7%, 5.6% 상승하며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올봄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취업자가 늘고 서비스업 등이 기지개를 켜자 각자의 통장에 찍히는 숫자 자체는 커졌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제로는 소득이 축소됐다는 의미다.

특히 고물가에 따른 타격은 저소득층인 1분위에서 크게 나타났다.

1분위의 경우, 3분기 근로소득 상승률(21.1%)이 고소득층인 5분위(1.8%)를 크게 웃돌았다. 사업소득 증가세도 마찬가지로 1분위(22.5%)가 거꾸로 5분위(16.1%)를 제쳤다.

거리두기 해제에 탄력을 받은 저소득층이 올가을 직장에서 열심히 일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그럼에도 1분위의 벌이는 작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변변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 소득은 3분기 -1.0%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배경에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3분기 국민 88%를 대상으로 1인당 25만원씩 코로나19 국민 상생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여기에 전분기 대비 늘어난 카드 사용액의 일부를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는 상생소비지원금도 지급했다.

이 같은 재난지원금에 따른 소득 개선 효과가 올 3분기에는 사라지자 1분위의 공적이전소득이 8만5000원(-15.3%) 감소한 것이다. 이것이 근로소득 증가 폭(5만원)과 사업소득 증가 폭(2.8만원) 총합을 뛰어넘으면서 1분위 전체 소득은 감소했다.

반면 5분위는 당초 작년 재난지원금 기준선에 걸려 대부분이 공적 이전을 받지 못했을 계층이다. 이에 근로·사업소득 개선에 따른 효과가 온전히 소득 증가율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5분위의 소득 증가율은 1분위는 물론이고 2~4분위 모두를 제쳤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소득 분배 수준을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지난 3분기 5.75배로 1년 전(5.34배)에 비해 0.41배 악화됐다.

1년 전에는 상·하위 20% 간 소득 격차가 5배 수준이었다면 이젠 6배를 바라보는 수준까지 악화됐다는 뜻이다.

실질소득 감소와 소득 양극화 조짐은 최근 극심한 대외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경제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소득·분배 지표 악화를 겪는 상황은 향후 여러 면에서 경제 정책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여지도 존재한다.

이에 정부는 "공식적인 소득 분배 개선 여부는 올 연말에 발표될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판단한다"면서도 "현 소득·분배 상황을 비롯한 우리 경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민생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소득·분배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취약계층을 위한 고용·사회 안전망 강화에 나서겠다"면서 "물가 안정 등을 통한 저소득층 부담 완화, 경제 활력 제고 등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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