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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월가월부] 고물가에 허리띠 졸라매는 美 … 월마트 웃고 타깃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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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월부 ◆

매일경제

미국 '유통 공룡' 기업들의 주가가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제 통계 발표와 달리 월가에선 소비심리 위축이 여전하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유통기업들 중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타깃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14% 하락한 155.47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268.98달러로 고점을 찍은 타깃은 이후부터 42.2% 급락하며 시가총액도 1108억달러에서 715억달러로 줄었다.

타깃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로 끝난 회계 3분기 기준 순이익은 7억1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 급감했다. 주당순이익(EPS)은 1.54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월가 추정치(컨센서스)를 28.7%나 하회한 것이다. 타깃의 주당순이익은 직전 3개 분기 연속으로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지난해 4분기 3.19달러에 달했던 주당순이익은 올해 2분기엔 0.39달러까지 감소했다.

타깃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훨씬 저조한 것은 이윤 대비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4% 늘며 호조를 보였지만 비용이 8.1% 증가하며 마진이 악화됐다. 설상가상으로 타깃 측은 다음 분기에도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타깃의 실적 충격은 지난 15일 실적을 발표한 월마트와 상반된다. 월마트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152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순이익은 1.5달러로 월가 컨센서스(1.32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과 해외 시장 매출이 각각 8.2%, 7.1% 늘었고 글로벌 광고도 30%가량 성장했다. 호실적에 당시 월마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54% 급등했고, 16일에도 0.72% 오르며 상승 추세를 이어 갔다.

거대 유통 기업들의 실적이 엇갈린 이유는 이익 창출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낮은 가격의 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소비재 비중이 높아 소비자들의 예산이 제한된 시기에 이윤이 개선된다. 반면 타깃은 의류와 가정용품 비중이 높아 고소득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이익이 급감하는 구조다. 즉 현재 물가상승률이 높아 고소득자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가의 소매 제품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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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전문 매체 배런스는 "올해 기술 산업에서만 1000회 이상의 정리해고가 있었다"며 "인플레이션이 기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을 때 실직은 미국인의 지출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월마트·타깃 실적과 함께 미국 소매판매 지표도 이러한 시각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16일 발표된 미국 10월 소매판매 지수는 전월 대비 1.3% 증가했다. 이는 시장 추정치인 1%를 상회한 것으로, 자동차·가스를 제외한 수치도 0.9%를 기록하며 전월(0.6%) 대비 견고했다.

얼핏 소비심리가 살아났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이지만 월가에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더 높은 휘발유, 식료품 가격이 여전히 미국인들로 하여금 같은 상품에 더 많은 돈을 쓰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내년에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실제 10월 미국 소매판매 지표는 호조를 보였지만 지난 7월과 9월의 미국 소매판매 지표를 살펴보면 전월 대비 증가율이 각각 0%였다. 8월에는 0.3%에 불과했다. 10월 수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중·장기적인 추세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7%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고물가 피크아웃(고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급등 기조가 다소 누그러질 것이란 기대감도 시장에서 살아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진다면 월마트, 타깃 등 유통 기업들의 실적엔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월가에선 앞으로 미국 경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금리 인상·긴축이 아니라 경기 침체의 현실화 가능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심리가 충분히 되살아나지 않으면 향후 유통 기업들의 실적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토머스 맥개리티 RBC웰스매니지먼트 주식 담당 팀장은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도달했지만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경기 상황에 따라 양호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유통업체 주식을 방어주 성격으로 분할 매수할 것을 추천한다. 현재 국면에선 이익 하향이 진행되고 있는 타깃의 비중을 줄이되 월마트의 비중은 높이는 식이다. 실적 발표 후 월마트에 대한 월가 분석가 평균 투자 등급도 '적극 매수'에 해당한다.

긍정적인 투자 포인트는 급증하던 월마트·타깃의 재고자산 증가율이 꺾였다는 점이다. 3분기 월마트의 전년 동기 대비 재고자산 증가율은 12.6%로 직전 분기(25.5%)보다 크게 개선됐다. 타깃도 2분기 36%에서 3분기 14%로 재고자산 증가율이 22%포인트 감소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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