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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3% 늘었는데, 지출 6.2% 증가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6.2%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상승 영향을 뺀 실질소비 증가율은 0.3%에 그쳤다. 소비수준은 사실상 그대로인데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만 크게 늘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가계 부담으로 나타났다.
13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밀가루를 판매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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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6만9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472만9000원)보다 14만원(3%) 늘었다.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지출이 늘어나는 속도(6.2%)가 더 가팔랐다. 소득 증가율에서 물가로 인한 요인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2.8% 감소했다. 실질소득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3분기 기준으로 2017년(-1.8%) 이후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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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물가 부담에 먹거리 소비 줄여
가계는 먹거리 소비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5.4% 줄었다. 물가 요인을 제거하고 실질지출로만 보면 12.4% 감소했다.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식탁부터 간소화했다는 의미다. 다만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지출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경상조세·사회보험료·이자비용 등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은 101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6.6% 증가했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이 100만원을 넘은 건 역대 처음이다. 이 때문에 월평균 소득이 486만원이라고 해도, 처분가능소득(월평균 소득-비소비지출)은 385만원에 그쳤다. 처분가능소득이 가계가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다. 특히 이자비용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9.9% 증가해 10만4000원에 달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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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소득 79%를 생존 위해 쓴다
물가 상승은 저소득층엔 생계위험으로 닥쳤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식비·주거비·교통비를 합친 필수생계비가 전체 가처분소득의 79%를 차지하면서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분기 기준 90만2000원이었는데 이 중 71만3000원을 필수생계비로 지출했다. 주로 병원비로 구성되는 보건 지출까지 더하면 지출 비중이 97.1%에 달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내용을 상세히 보면 1분위는 식료품·비주류와 주로 외식비인 음식·숙박비로 월평균 43만2000원을 썼다. 외식비가 1년 전보다 10.7% 증가했다. 주거·수도·광열 등 주거비로 19만8000원, 교통비로 8만3000원을 지출했다. 생계비로 사실상 모든 가처분소득을 쓰다 보니 주류·담배 지출을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8.2% 줄이는 등 대응했지만 매달 34만3000원이 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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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사라지자 벌어진 빈부격차
1분위와 소득 상위 20%(5분위)의 격차는 벌어졌다.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뒤 5분위가 1분위의 몇 배인지를 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75배로, 지난해 3분기(5.34배)보다 컸다.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엔 국민 88%에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국민지원금이 지급됐는데, 재정으로 충당한 지원금이 사라지자 분배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원금 영향이 빠지자 올해 3분기에 1분위 가구는 1년 전보다 소득이 1% 감소했다. 1~5분위 중 유일한 소득 감소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흑자액은 다섯 분기 만에 감소했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14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122만9000원)보다 6.6% 감소했다. 대부분의 국민은 여윳돈이 감소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반면 월평균 소득이 1041만3000원 이상인 5분위 가구는 같은 기간 흑자액 폭을 1.8% 늘렸다. 1~5분위 중 5분위만 흑자액이 증가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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