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프놈펜서 새 아세안정책 공개…'文정부 신남방' 폐기 수순
협력 대상·범위 확대…"최적 파트너" 인니 교두보로 협력 다변화
아세안+3 정상회의 모두발언 하는 윤석열 대통령 |
(발리=연합뉴스) 이준서 정아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동남아 순방에서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공개하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의 경제협력 다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최대 격전장이자 한국에도 제2위 교역대상인 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협력 대상과 범위를 예전 보다 넓혀 국익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인구·자원 대국인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삼아 아세안 각국과 맞춤형 협력을 꾀하겠다는 구상을 선보였다.
◇ 프놈펜서 '아세안 구상' 첫 공개…'文정부 신남방' 폐기 수순
윤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첫날인 지난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새로운 대(對)아세안 정책인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발표했다.
이날 함께 공개한 한국판 첫 인도·태평양 전략을 바탕으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이다.
한·아세안 외교당국간 전략대화 활성화, 국방장관회의 정례화, 해양법 집행 협력 확대, 아세안과의 연합훈련 적극 참여 등이 포함됐다.
한·아세안 연대구상은 역내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 움직임에 거리를 두는 듯했던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NSP)과 차별화를 꾀했다.
미국이 강조하는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구상에 포함한 데 이어 회의장에서도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인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 중국의 패권 팽창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이로써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인도네시아에서 공식 천명해 5년간 유지된 신남방 정책은 사실상 폐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또한 아세안에 최고 단계의 파트너십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을 제안하는 한편, '한·아세안 연대구상' 추진을 위해 각종 관련 기금의 증액 방침도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구상에 대해 "아세안에 특화된 협력의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윤석열 대통령, 조코위 대통령과 환담 |
◇ "한국, 인니에 최적의 파트너"…경제외교 주력
윤 대통령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13∼15일 방문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현지 진출 기업 간담회, 한·인니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경제외교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에너지·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를 '한·아세안 연대구상'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을 펼쳐 보였다.
이는 기존 신남방 정책의 중심이 베트남 등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상호 보완적인 '한·인니' 협력 모델을 다듬어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다른 아세안 국가와의 연대와 협력에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14일 환담에서 "한국이 '메이킹 인도네시아 4.0' 전략에 최적의 파트너"라고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순방에 발맞춰 한·인니 정부와 민간은 디지털과 공급망, 기후변화, 개발·투자 분야 등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10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G20을 계기로 열린 각종 회의에 참석해 연설·발언을 이어갔다.
14일 G20 회원국 경제단체와 기업 대표들이 참여하는 B20 서밋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할 해법으로 "민간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공급혁신"을 제시했다.
순방 마지막 날인 15일 G20 정상회의 식량·에너지 안보 세션에서는 글로벌 식량·에너지 위기를 맞아 과도한 보호주의를 지양하고 연대와 협력을 꾀하자고 제안했다.
선천성 심장질환 환아 찾은 김건희 여사 |
◇ 김 여사, 심장병 소년 치료 지원 활동…전용기 논란도
김건희 여사도 이번 윤 대통령 순방에 동행했다.
프놈펜에서는 한국인 의료진이 세운 병원을 찾았다가 심장병과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14세 현지 소년의 사연을 접하고 치료 지원에 나섰다.
김 여사는 또 프놈펜에서 친환경 업사이클링 업체 '스마테리아'를 방문하고, 발리에서는 '비닐봉지 소비 금지' 반대운동으로 유명한 자매 운동가를 만나는 등 친환경·여성에 초점을 맞춘 일정도 소화했다.
다만 캄보디아측이 마련한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않은 점과 김 여사가 소년과 함께 등장한 대통령실 사진을 놓고 국내 정치권에서 공방이 일기도 했다.
이번 순방에서는 대통령 전용기(공군1호기)도 논란 거리를 만들었다.
대통령실은 순방 출국 이틀 전 '편파 보도'를 이유로 MBC 출입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고, 이에 반발해 한겨레·경향신문도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고 민항기로 이동했다.
13일 프놈펜에서 발리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선 윤 대통령이 특정 언론사 2곳의 기자를 따로 불러 면담한 사실이 알려져 대통령실이 브리핑에서 해명하기도 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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