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난민 적용 기준 엄격해…아프간 특별기여자 절차 도와줘야"
정우성 친선대사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 방문…"연대감 중요"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 |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올해는 (1950년) 유엔난민기구 설립 이래 가장 힘들었던 해였어요. 보통 매년 8∼10차례 긴급 상황을 선포하는데, 지난 1년간은 37차례였어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지난 9일 사흘 일정으로 4년 만에 방한한 필리포 그란디(65)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11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회의실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한해를 회상했다.
긴급 상황이 선포되면 유엔난민기구의 인력과 예산 등의 자원이 해당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그는 "전 세계 난민이 1억 명인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이 1천400만 명"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가 아닐까 싶다. 속도 면에서도 몇 주밖에 안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은 에너지와 식량 문제, 인플레이션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인도적 지원 등 자원이 우크라이나에 많이 투입돼 아프리카나 중동 등의 지역에서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엔난민기구에서는 400여 명의 직원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란디 대표는 "러시아가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민간 시설을 공격하고 있어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라며 "더 많은 난민이 발생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 및 다른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국가 중 한 곳"이라며 "한국 법무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내 난민들에게 더 나은 보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 |
그란디 대표는 이번 방한 때 한덕수 국무총리, 박진 외교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두루 만나 난민 이슈에 관한 의견을 전달하고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난민 보호 체계가 4년 전보다 훨씬 더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한 장관은 한국도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 그에 걸맞은 난민 보호 체계를 갖추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그란디 대표는 한국이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고 했다. 다문화에 대한 거부감, 보호소 내 난민 신청자 구금, 열악한 통역 문제 등을 거론했다.
한국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난민 인정률이 최저 수준이라는 것을 예로 들면서는 "난민 적용 기준이 엄격하고 제한적인 것 같다"고 짚었다.
또 "외국인이 한국에서 태어나면 대사관에서 출생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난민 및 난민 신청자들은 해당 국가에서 피난을 온 사람들이라서 대사관에 갈 수 없다. 관련 법률에서 난민 및 난민 신청자들에게 예외를 적용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정착한 397명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와 관련해서는 빠른 절차를 통해 이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향후 난민 심사 등이 진행될 경우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란디 대표는 "이들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야 가족 결합 등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난민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다녀온 이야기도 꺼냈다.
그란디 대표는 "가까운 사람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정 대사 앞에 주저앉아 우는 것을 보고 굉장히 슬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연대감이다. 아픔을 겪는 이들이 지지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유엔난민기구 필리포 그란디 최고대표(왼쪽)와 정우성 친선대사 |
raphae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