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비밀로 간직한 채 보이지 않는 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살아간다."
여기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우울증 환자들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앤드루 솔로몬은 우울증 환자를 외견상 관찰이 불가능한 휠체어를 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린다. 현대인들 상당수는 보이지 않는 휠체어를 타고 있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젊은 층의 사망 원인 2위가 우울증이다.
솔로몬은 우울증이라는 병증을 가장 문학적으로 설명해주는 사람이다. 보통 우울증에 관한 책들은 임상을 바탕으로 한 의사들의 책이나, 혹은 그것을 극복시켜준다는 자기계발서 같은 것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현대인들의 본질적 궁금증을 해결해줄 만한 개념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우울증에 관한 솔로몬의 책은 눈에 확 들어온다. 그의 책 '한낮의 우울'이 스테디셀러인 이유다.
"삶은 슬픔을 내포한다. 우리는 결국 죽게 될 것이고, 각자 자율적인 육체의 고독 속에 갇혀 있으며, 시간은 흘러가고, 지나간 날들은 똑같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내세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약속을 믿는 사람들도 현세에서 고통받는 걸 피할 수는 없다. 예수 자신도 비탄에 젖은 자였다."
솔로몬의 우울증 스토리텔링은 탁월하다. 그는 "우울증은 균형감각을 빼앗고 망상에 빠지게 하고 거짓 무력감에 젖게 하지만 진실의 창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솔로몬의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우울증은 그 자체로 진실을 말해주는 역할을 한다. 상처와 상실을 바라보게 하고, 허위라는 외피를 걷어내고 자기 자신을 맞상대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한 사회가 우울증이라는 비극을 통해 인간 내면을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솔로몬은 뉴욕에서 태어나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애착이론으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욕 컬럼비아대 임상심리학 교수인 솔로몬은 저술을 통해 우울증이라는 하나의 현상을 가장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스스로 우울증 환자인 그는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시간을 꽉 붙들어라. 삶을 피하려 하지 말라. 금세 폭발할 것 같은 순간들도 당신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사실 인간은 과거의 상실과 미래의 상실을 동시에 아파하는 존재다. 과거의 상실은 잊지 못해서 괴롭고, 다가올 미래의 상실은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괴롭힌다. 결국 상실에서 오는 고독은 인간의 존재론적 본질이다.
솔로몬은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한다.
"배가 안정적으로 나아가려면 어느 정도 바닥짐이 실려 있어야 하듯, 우리 삶에는 어느 정도의 근심이나 슬픔이나 결핍이 필요하다."
[허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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