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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세월호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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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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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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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단과 사진을 공개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언론과 관계 기관에서 명단을 공개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경우 구조와 수습과정에서 개인정보 공개가 불가피했지만 이태원참사는 명단이 공개될 경우 희생자와 유족의 인격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유족의 동의가 우선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이름도, 영정도 없는 곳에 국화꽃 분향만 이뤄지고 있다"며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하는가"라고 말했다.

앞서 7일에는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참사 희생자 전체 명단과 사진이 공개하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자를 받은 것이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뿐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보도 내용이 비교됐다. 지난 3일쯤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세월호 때는 그날 저녁부터 사망자 부상자 명단이 나왔는데 이번 이태원 사고는 누가 죽었는지 영정도 (안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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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3일쯤 트위터에 게시된 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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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는 달리 구조와 수습이 단시간 안에 끝나 명단 공개의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 또 참사를 희생자의 탓으로 돌리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족이 입을 추가적인 피해 가능성을도 지적된다.

지난달 29일 10시15분쯤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신원이 모두 파악된 시각은 같은 달 31일 오후 2시쯤이다. 이틀 안에 내·외국인 희생자의 신원이 모두 파악됐다.

반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팽목항 앞바다에서 침몰한 이후 마지막 희생자의 시신이 수습된 날짜는 같은 해 10월 29일로 197일 걸렸다. 그마저도 5명의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다.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배에 탑승하기 전 신원확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배에 실제 탑승한 인원 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게다가 해난 사고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유해를 수습하더라도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실종자 신원 공개의 필요성을 키웠다. 이에 세월호 참사 직후 당시 해양경찰청은 홈페이지에 희생자 명단을 올렸으나 추후 사망자는 성만 표기하고 실종자는 비공개하는 것으로 바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세월호의 경우 구조 차원에서 공개가 필요한 경우였다고 보이지만 이태원 참사는 이미 신원 파악이 다 됐고 유가족한테 다 전달이 된 상태에서 다시 들춰낸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는 희생자들에 대한 혐오 표현이 올라오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 여론도 갈라져 있고 시민들의 책임과 덕목을 망각한 채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상황에서 명단을 공개하면 유족이 어떤 마음이겠느냐"고 했다.

희생자의 의사를 누가 대표해 공개를 결정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299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는데 이중 250명(사망 248명, 실종 2명)이 단원고 학생이었다. 이에 단원고 학생 학부모가 유족 대표 역할을 했다.

반면 이태원 참사에선 불특정 다수가 희생됐다. 구 교수는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단원고 희생자 부모라는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소통했다"며 "이번은 불특정 다수의 희생자가 난 사건이고 유족들의 응집력도 약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추모를 위해 희생자 명단을 기록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2001년 9·11 테러로 붕괴된 미국 뉴욕시 맨해튼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에는 2011년 '9·11 메모리얼 파크'(National September 11 Memorial & Museum)가 들어섰다. 이 추모 공간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비석이 있다.

이 경우라도 전문가들은 유족의 의사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공하성 교수는 "이런 일(참사)이 다시 있으면 안 되겠다고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명단을 공개한다고 해도 유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공개한다고 해도 모든 희생자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추모와 기억을 급하게 얘기할 필요가 없고 명단을 공개하느냐 마느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유족의 의견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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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글이 붙어져 있다. 2022.1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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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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