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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68〉망중립성과 망사용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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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이슈를 꼽으라면 망사용료에 대한 논의일 것이다. 구글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테크기업과 국내 통신사업자를 포함한 대부분 ICT 업계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은 유튜버까지 가세하며 정치적 이슈로 전개되고 있다.

망사용료 법안에 대한 국회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관심을 기울일 정도의 글로벌 이슈다. 이 와중에 영국 미디어 정책기관인 오프컴이 지난달 망중립성 검토를 위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6년 수립돼 실행 중인 유럽연합(EU) 망중립성 정책을 재검토,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정책 수립을 예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월까지 제안된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2023년 가을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고서 서두에서 언급한 망중립성 재검토 배경에서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망사용료 이슈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존 망중립성 정책 수립 후 최근까지 발생한 인터넷 생태계 큰 변화가 배경의 중심에 있다.

변화 중 첫 번째는 인터넷 트래픽의 엄청난 증가로 인한 통신사업자(ISP)의 지속적 투자, 두 번째는 소위 넷플릭스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플랫폼의 인터넷 트래픽 독점 경향이다. 세 번째로 애플이나 구글 등 강력한 게이트키퍼의 독점으로 소비자의 콘텐츠 접근 제약과 마지막으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같은 새롭고 창의적인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고정형과 5G 네트워크 진화를 변화로 꼽았다.

이 같은 인터넷 생태계 급격한 변화가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ISP 사업자 사이 망중립성 정책 효과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낳게 됐다고 진단했다. ISP는 현재 정책 틀로는 CP 데이터 증가로 인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CAP는 현재 망중립성 틀은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사도 효율적 콘텐츠 전송을 위한 네트워크 투자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 전혀 다른 주장이며 국내 논의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오프컴의 망중립성 재검토는 소비자, 온라인 콘텐츠, 앱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CP 그리고 ISP 사업자 각각의 입장에서 변화 상황을 검토한다는 취지다. 또 현재 망중립성 정책에서 고려되지 않던 네트워크가 고려 대상으로 포함됐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망중립성 목적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소비자와 CP 네트워크의 공정하고 비차별 접근을 보호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네트워크가 효율적이며 안정적일 뿐 아니라 잘 운영되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포함하게 된다. 보고서도 망사용료에 대한 관련 사업자 의견 수렴에서 트래픽 양에 따른 망 비용, 망 효율성과 망 비용에 미치는 CAP 영향과 이에 따른 ISP 네트워크 투자비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망사용료에 대한 명시적 언급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ISP 사업자로 하여금 콘텐츠의 원활한 전송을 위해 적절한 네트워크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내포한 것이다.

국내외에서 망사용료에 대한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 망중립성 정책에 망사용료에 대한 고려를 포함한 보고서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인터넷 생태계 변화를 직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내포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 중 하나는 플랫폼을 둘러싼 생태계에 속한 모든 당사자가 플랫폼으로 인해 엄청난 가치를 창출, 더 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망중립성 정책과 망사용료 이슈도 전개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당사자만의 이해를 벗어나 서로 공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돼 망 이용에 따른 망사용료 부과 등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길 바란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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