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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국내 유일 결제형 가상화폐’ 페이코인, 좌초 위기… “자금 세탁 악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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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결제형 가상화폐인 ‘페이코인’이 좌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이 최근 페이코인이 자금 세탁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은행 실명계좌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는데, 현실적으로 올해 연말까지 이를 따르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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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달콤커피 분당서현점을 찾은 한 고객이 페이코인 앱을 이용해 주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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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30일 페이코인 사업을 운영하는 페이프로토콜AG에 연말까지 은행 실명계좌, 가맹점 이용자 보호 방안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페이코인은 다날의 계열사인 페이프로토콜이 발행하는 가상화폐다. 페이프로토콜의 모회사 다날은 구매자들이 자사가 보유한 15만개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페이코인을 이용해 물품과 서비스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적용할 계획이었다.

기존 사업 계획서에 따르면 만일 구매자들이 페이코인으로 다날 가맹점에서 물품 등을 구매하면, 이에 대해 다날이 가맹점에 현금을 주고 구매자들이 지불한 페이코인을 받는 형태다. 쉽게 말하자면 다날과 다날 관계사들이 코인 발행, 유통, 지급, 판매를 모두 하는 구조인 것이다.

금융 당국은 페이코인의 사업 구조를 두고 코인이 현금화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통해 자금 세탁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파악했다. 만일 다날 관계사가 구매자로 받은 페이코인을 외국 등 시장에 팔 경우, 그 현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현금 흐름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페이프로토콜을 대상으로 은행 실명계좌를 만들라고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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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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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코인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현금처럼 결제가 가능한 가상화폐다. 페이코인이 시장에서 안착할 경우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사업 모델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 코인이 자금 세탁에 악용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면 향후 가산자산은 물론 전체 금융 시장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금융 당국이 페이코인의 사업 허가와 관리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페이코인과 같이 가상화폐 결제, 발행, 지급을 모두 담당하는 사업 모델은 시세 조작, 자금 세탁 등의 우려가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다날은 규모가 크고 건실한 기업으로 꼽히지만,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기업이 결제형 가상자산 발행에 나설 경우 이용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다날이 페이코인 운영을 위해 올해 안에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 당국이 자금 세탁 우려 등을 이유로 주시하고 있는 사안이라 은행이 뛰어들기엔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페이코인 사업은 지급 수단으로 코인을 발행하고, 현금 결제 수단으로 활용해 가치를 끌어올린 뒤 발행사가 수익을 다시 챙기는 구조”라며 “아직 가상자산 관련 법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사업 모델은 매우 위험한 요소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페이코인은 가치가 화폐에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이 아닌, 일반 가상화폐를 지급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 경우 시세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코인은 한 회사가 발행과 유통, 판매 등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자금 세탁과 시세 조작의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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