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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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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인상에 유례없는 대규모 손실…통화정책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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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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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이전에는 한 번도 지속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했던 손실에 직면했다.

연준은 2년 후까지 대규모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로 연준의 통화정책이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연준의 영업손실이 최근 몇 달 사이에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은행들이 연준에 예치한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연준이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에서 얻는 이자보다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연준의 손실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연준이 지속적으로 손실을 내도 의회에서 예산을 받아 메워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준은 은행들에 지급해야 할 이자를 대차대조표에 이연자산으로 표기한 뒤 후에 다시 흑자가 날 때 갚으면 된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시중에서 국채와 주택담보대출 증권(모기지 증권)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 결과 연준은 8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국채와 모기지 증권을 보유하게 됐고 대차대조표상 자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조달러 미만에서 8조7000억달러로 급증했다. 연준은 2008년 이후 14년 동안 대부분이 국채와 모기지 증권으로 구성된 자산을 토대로 연간 1000억달러 가량의 순이익을 냈다.

이 순이익은 연준에 유보되지 않고 모두 재무부로 이전된다. 그간 연준의 흑자는 미국의 재정 적자를 메우는데 쓰인 셈이다.

연준이 적자로 돌아섬에 따라 미국 재무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해야 하는 국채는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준이 보유한 8조7000억달러의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률은 연 2.3%이다.

반면 연준의 대차대조표상 부채는 통화량과 은행들이 연준에 예치한 지급준비금, 역레포(역RP)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연준의 부채 대부분은 통화량이었다. 당시 연준은 지급준비금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시장의 단기 금리를 조절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고 양적완화(QE)로 보유 자산이 늘어나면서 은행에 돈이 넘치게 되자 법정 지급준비금으로 단기 금리를 조절하는데는 한계가 생겼다.

그러자 연준은 단기 금리를 조절하기 위해 은행들이 법정 지급준비금 이상으로 연준에 예치하는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과거 십수년간은 기준금리가 낮아 단기 금리도 낮게 유지돼 왔다. 따라서 연준은 국채 등 자산에서 거둬들인 이자로 은행들에 초과 지급준비금과 역레포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고도 돈이 남았다,

지난해만 해도 연준은 모든 비용을 지출하고도 수익이 남아 재무부에 1070억달러를 넘겼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0년 이상 동안 연준은 거의 1조달러의 이익을 냈다"며 "이제 금리 인상으로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9월에 금리를 3~3.25%로 올리면서부터 부채로 인해 지급해야 할 이자가 자산에서 얻는 이자보다 늘어나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바클레이즈는 연준의 순이자손실이 내년에 600억달러로 급증한 뒤 2024년에는 150달러로 줄고 2025년부터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손실을 내는 동안 은행들에 지급해야 할 이자를 이연자산으로 대차대조표에 표기한 뒤 2026년부터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이연자산의 규모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늘어날 것"이라며 "몇 년 후에야"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바클레이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적자가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적자 규모가 큰데다 이전에는 지속적으로 발생한 적이 없었던 만큼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초과 지급준비금과 역레포로 인해 연준이 2년 후에 대형 금융회사에 지불해야 할 돈이 3250억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달 초 연준의 손실에 대해 "우리의 통화정책을 방해하지는 않겠지만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일으킬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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