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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文정부 ‘검찰개혁’ 파견 검사 “김학의 사건, 공수처 설립에 정치적으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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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왼쪽부터)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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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조사를 맡았던 검사가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반대했다’고 증언했다.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검사가 불법으로 김 전 차관을 출금했다는 검찰 기소를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 27부(재판장 김옥곤)는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판을 열엇다.

이날 증인으로 소환된 최모 검사는 문재인 정부 초기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한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됐다. 그는 이 검사의 권유로 조사단에 합류했으며 김 전 차관 조사 및 출국금지 과정의 실무를 맡았다.

최 검사는 “진상조사단이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이 법과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맞다. 일단 조사단은 수사권한이 없다”고 했다.

이어 “출국금지 조치는 출입국관리법상 법무부장관과 지정된 기관만이 할 수 있고 그 기관도 수사기관과 병무청, 국세청 등이 기재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규원의 출국금지 계획에 반대, “아무리 나쁜 사람도 법과 절차 따라야”

김 전 차관에게 취해진 긴급출금의 경우 출입국관리법상 수사기관이 피의자에 대해서만 할 수 있으며, 법무부도 주체가 될 수 없다. 검찰은 당시 피의자도 아니었던 김 전 차관에 대해 수사기관이 아닌 진상조사단 소속 이 검사가 권한 없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며 이에 관여한 이 검사와 차 전 위원, 이 전 비서관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상태다.

최 검사는 당시 대검에서 출국금지와 관련해 협의된 사항이 없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검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수사기관이 아닌데 (조사단에서) 출국금지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안 된다”고 했다.

최 검사는 당시 이 검사가 조사단 채팅방에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계획을 알리자 반대 의견을 냈다고 진술했다. ‘진상조사단은 수사기관이 아니고 수사권도 없으며 출국금지의 필요성을 판단할 권한도 없어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아무리 나쁜 사람도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글을 채팅창에 올렸다고 한다.

그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금이 이뤄진 2019년 3월 23일 이 검사로부터 ‘봉욱 대검 차장에게 보고가 됐다’고 들은 사실을 언급하며 “(출국금지는) 대검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이 검사가 했다고 하니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진 뒤 이 검사가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봉 차장에게 보고됐다고 한 것은 기억이 난다”며 “당시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출국금지 조치는 수사기관에서 하는 것이라 (동부지검) 당직 검사가 하거나 대검에서 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했는데 이 검사가 왜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이 검사는 당시 긴급출금이 봉욱 당시 대검 차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도 봉욱 전 차장이 긴급출금을 승인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 검사 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봉 전 차장이 출금 당일 문무일 전 총장에게 보낸 메시지다. 봉 전 차장은 2019년 3월 22일 ‘이 검사로 하여금 내사번호를 부여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해 이성윤 반부패부장으로 하여금 검찰국과 협의해 불법 논란이 없도록 조치를 지시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문무일 전 총장에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봉 전 차장은 지난 8월 이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승인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총장께 보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소관 부서에 검토를 지시했을 텐데 그런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봉 전 차장은 당시 “진상조사단 검사는 독립된 업무를 수행하고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아, 내가 출국금지를 지시하거나 승인할 위치가 아니다”고도 했다.

◇'뇌물 수사’필요하다 했는데..윤중천도 “김학의에 돈 준적 없어”

이 사건 쟁점 중 하나는 김 전 차관이 긴급출금 대상인 ‘피의자’ 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김 전 차관은 2013년과 2014년 별장 성 접대와 관련한 성폭력 사건으로 두 차례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출금 당시인 2019년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는 상태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규원 검사는 긴급출금요청서에 김 전 차관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했고 출금 이후 작성된 수사의뢰서에도 마찬가지 내용을 썼다. 2018년 말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조사단과의 2차 면담에서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윤씨는 후속 면담에서 이 사실을 부인했다. 이날 법정에서 재생된 2019년 11월 28일 이 검사 등과의 네 번째 면담 녹취 파일에 따르면 윤씨는 김 전 차관에게 현금을 준 사실도 없고, 증거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한 후 조사단이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에 제출한 수사의뢰서에는 이처럼 윤씨가 진술을 번복한 사실은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

당시 면담에 동석했던 최 검사는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얘기를 했다면서도 “일시와 장소 등이 특정이 되지 않아 수사 의뢰를 하기에는 구체성이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의뢰서 작성 당시 4차 면담 녹취록을 받지 못했고 이 검사가 빨리 달라고 해 급하게 의뢰서를 썼다고 최 검사는 증언했다.

◇”이규원, 김학의 사건 결론으로 ‘공수처 설치’주장, 다른 위원들은 반대”

이날 재판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내세우며 출범한 검찰과거사위가 실무를 맡은 조사단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학의 사건’ 재조사 결론으로 ‘공수처 설치’가 들어간 과정도 공개됐다. 최 검사는 “이규원 검사가 회의를 할 때 최종 결론으로 보고서에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써 놓아서 (다른 위원들이) 그거는 안 된다, 하는 논의가 오래 (지속)됐다”고 했다.

그는 “안그래도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여기저기 시끄럽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곳이라는 논란이 있어 (조사단 단원인) 교수님들도 공수처에 반대하거나 회의적인 입장이었다”며 “그래서 그 부분을 중립적·객관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제도를 입법기관에서 열린 마음으로 탐구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바꿨는데 (조사단 감독 기관인)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에서 공수처를 명시해 기재해 놨다”고 했다.

실제 2019년 5월 검찰 과거사위는 이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수처 설치를 위한 입법적 논의에 법무부와 검찰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고한다”고 적었다.

최 검사는 “제 나름대로 양심에 따라 일을 했던 게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소모됐구나 해서 너무 화가 났다”고 다소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이 검사와 함께 일한 일로 인해 수사를 받고 법정에까지 소환된 데 대해 “책임감과 성실함을 가지고 일했는데 참담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설립을 강행한 공수처는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를 막은 혐의로 소환된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처장 관용차를 보내 ‘황제 소환’ 한 일로 신뢰성과 공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에는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등 3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종신자료를 무더기로 조회한 사실이 밝혀지며 인권침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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