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0 (금)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과거사 검사의 증언 "김학의 출금, 공수처 설치…정치적 이용"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왼쪽부터)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재조사했던 최 모 검사가 "당시 긴급 출국금지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반대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진상조사단에서 함께 일한 이규원 부부장 검사가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기소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다.

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이규원 부부장검사,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판을 열었다.

최 검사는 "진상조사단은 수사기관이 아니어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출국금지 권한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긴급 출국금지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진상조사단의 행정을 지원한 대검 기조부 연구관 역시 사실상 긴급 출국금지를 반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검사는 대검 방침을 따라야 하는데 법적으로 안 되는 긴급 출국금지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규원 검사 측은 "당시 대검 기조부 연구관의 메시지는 다른 대검 연구관에게 갈 것이 이 검사에게 잘못 보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봉욱 당시 대검 차장이 김학의에 대한 조치를 승인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최 검사는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진 뒤 이 검사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봉 차장에게 보고됐다고 한 것은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출국금지를 해도 되는지 (당일까지) 판단이 서지 않았는데, 이 검사가 출국금지를 했다고 올리길래 걱정돼 사무실에 갔다"고 했다. "당시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출국금지 조치는 수사기관에서 하는 것이라 (동부지검) 당직 검사가 하거나 대검에서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검사가 왜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라고도 했다.

봉 차장은 지난 8월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출국금지를 승인하거나 지시한 바 없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 검사는 독립된 업무를 수행하고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아, 자신이 출국금지를 지시하거나 승인할 위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지난 2019년 1월 28일 이 검사 등과 네 번째로 면담한 녹취 파일도 잠시 재생됐다. 이 자리에서 윤 씨는 김 전 차관에게 현금을 준 사실이 없고, 증거도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진상조사단의 수사 의뢰서에서 빠졌다고 한다.

이 사건 재판에서는 '이 검사가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할 당시 김 전 차관에게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뇌물 수수 혐의가 있다고 볼만한 상황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된다. 그런데 최 검사는 이 같은 뇌물 수수 혐의를 두고 이 검사와 당시 논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최 검사는 "윤씨가 두 번째 면담 자리에서는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 원을 준 이야기를 했다"면서도 "일시와 장소 등이 특정이 되지 않아 수사 의뢰를 하기에는 구체성이 떨어졌다"고 했다. 검찰 측은 "윤씨가 4차 면담에서 말을 바꾼 것을 최종 수사 의뢰서에 써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최 검사는 "저로서도 답답한 일"이라고 답했다. "당시 의뢰서를 정리할 당시 4차 면담 녹취록을 받지 못한 상태였고, 이 검사가 빨리 달라고 해 급하게 썼다"고도 했다.

최 검사는 당시 면담 보고서가 작성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윤씨와의 면담 참석자들이 내용을 복기해 메모를 이 검사에게 넘기면, 면담 보고서를 정리하는 일은 이 검사가 맡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날 이 검사가 윤씨와의 면담 전후 등에 이광철 당시 청와대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을 제시했다. 최 검사는 "통화하는 것은 알았지만 직접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최 검사는 또 "최종 보고서 내용을 논의할 당시 이 검사가 공수처와 같은 중립적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써 놔서 반대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당시 조사단에 참여한 외부위원들 역시 회의적이고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 검사가 공수처를 암시하는 내용을 남겼고 이것이 최종 보고서에도 기재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5월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이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수처 설치를 위한 입법적 논의에 법무부와 검찰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최 검사는 이날 법정에서 "나름대로 양심에 따라 열심히 일했던 것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소모됐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고 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