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근로감독에 과태료, 고발해도 사고 계속
"산재 방지에 큰 관심 없다는 것 외엔 설명 안 돼"
DL이앤씨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디타워 돈의문. DL이앤씨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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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 3위 건설사 DL이앤씨에서 올해만 네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매분기 사망사고가 일어난 기업은 DL이앤씨가 유일하다. 정부가 DL이앤씨 전국 현장을 직접 점검했지만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을 막지 못하면서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된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20일 오전 경기 광주시 고속도로 제29호선 안성-성남 간 건설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 A(53)씨가 크레인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 전날 사망했다. DL이앤씨가 시공하는 해당 현장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이라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DL이앤씨 공사 현장에서의 사망사고는 올해만 네 번째다. 3월 서울 종로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공사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전선 포설 작업 중 전선 드럼에 맞아 사망했고, 4월 경기 과천시 지식산업센터 신축 현장에서 토사 반출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굴착기와 기둥 사이에 끼여 숨졌다. 8월에는 경기 안양시 아파트 신축 공사 중 노동자 두 명이 부러진 콘크리트 펌프카 장비에 맞아 사망했다.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9개월 만에 사망한 노동자가 5명이나 된다.
고용부는 이번 사망사고를 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7월까지 고용부는 두 차례 근로감독을 통해 DL이앤씨의 전국 사업장 42곳과 본사를 감독했고, 40개 현장에서 법 위반 164건을 적발했다. 첫 감독 당시 안전난간 등 안전조치 미준수 사항을 통보했음에도 두 번째 감독 때 같은 문제점이 다시 적발되자 과태료(3억 2,116만 원)뿐 아니라 고발까지 했다. 8월 세 번째 사망사고 뒤엔 해당 현장 특별감독을 실시했고, 다른 현장에도 근로감독관을 투입했다. 매번 감독 때마다 고발과 과태료 부과 조치를 했지만 또 다른 재해를 막는 데 효과가 없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별근로감독에 전국 수십 개 현장 근로감독까지 여러 차례 실시했음에도 나갈 때마다 같은 문제점이 반복됐다"며 "DL이앤씨가 산재 방지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 외엔 다른 대형 건설사와의 차이가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발생한 세 건의 사망사고 모두 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아직 고용부가 자체 조사 중이다. 첫 사건이 발생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대표이사 처벌은커녕 검찰 단계까지 가지도 못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사망사고는 총 443건 발생했고, 이 중 169건은 중대재해로 판별됐다. 입건으로 이어진 사건은 현재까지 66건에 그쳤고 기소는 2건에 불과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중대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한 기업만 10곳이 넘는데, 이는 고용부의 노동행정과 근로감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며 "SPL 평택공장 사망사고 등을 계기로 중대재해법 완화가 아니라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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