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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SPC, 중대재해법 위반… 실질 경영책임자는 허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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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최근 제빵공장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SPC그룹의 다른 계열사 공장에서 노동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또 발생한 가운데,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SPC 그룹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분석하고, 산업재해 현황 조사 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촉구했다.

SPL 산재사망사고 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2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고원인분석과 제도개선안,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에 대한 법률검토 의견서 등을 발표했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SPC의 안전관리 능력은 총체적으로 무너져 있다"며 "평택, 성남 공장 사고 발생 시각이 모두 이른 아침 시간대라는 사실이 말해주는 건 생산량을 맞추기 위한 장시간 밤샘 노동이 부른 사고"라고 평가했다.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은 산재사망사고 중간보고서를 통해 △2인 1조 작업이 무시된 1인 작업 환경 △생산속도를 위한 안전조치 위반(자동멈춤장치 해제 덮개 열고 작업, 손을 넣어 작업) △소스 투입 작업 완화 개선 요구 무시(3인 1조) △교반기 안전망 없음 등을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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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SPC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SPL산재사망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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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과장은 "작업자 한 명이 이탈할 상황은 일상적으로 생길 수 있다는 현장 상황을 감안하여 위험작업 시 2명이 반드시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재해 발생 시 비상정지를 통해 사망사고만은 막을 수 있고, 이는 인력충원이 필연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고 인력 충원의 필요성과 안전성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특히 "생산속도를 높이기 위해 평상시 교반기 덮개를 열고 작업해왔음이 노동자의 증언으로 인해 확인됐다"며 교반기 생산속도(생산량)를 줄여 기계적인 작업절차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인과 같은 SPL 평택 공장에서 일했던 강형규 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은 "허리쯤에서 어깨를 숙여가면서 (배합기에) 재료를 붓기 때문에 미끄러져서 쓸려 들어갔을 수 있다"며 "공장 일이라는 게 변수가 있고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2인 1조 작업을 원했으나 이 요구는 (사측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 지회장은 제대로된 2인 1조 근무 수칙만 지켜졌어도 사망 사고 발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지회장은 "회사에서 말하는 2인 1조는 한 사람은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한 사람은) 재료를 갖다 줘야 하고 배합해서 나온 소스를 옮기는 등 왔다 갔다 해야 한다. 회사는 그렇게 2인 1조라고 하는데 2인 1조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SPC,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법 가장 효율 기능은 최고경영자 기소"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상임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SPC 그룹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중재법)을 위반한 지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안전보건교육을 실시(산안법29조)해야 하고 소스 배합기에 덮개를 설치하는 등의 안전조치(산안법 38조)를 취해야 했는데, SPC 측은 이러한 위험 방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권 변호사는 지적했다.

또한 권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4조에 따라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해야 하며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지만 SPC 측은 해당 의무 역시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2인 1조 위반 △중대재해 조치 위반 △유해‧위험요인 확인 개선 조치 위반의 정황이 있다고 권 변호사는 주장했다.

특히 권 변호사는 "현장증언에 따르면 사고 발생 10분 후로 신고가 지연된 것은 SPL이 현장 직원에게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고, 회사 보고 전 119 신고도 사실상 금지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이는 경영책임자가 재해 발생 시 대책 수립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권 변호사는 결국 이같은 정황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의 "실질적 경영 책임자는 허영인 SPC 회장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며 "경영 책임자가 아니라 수사할 수 없다는 건 법 왜곡"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어 "삼성에 했던 것처럼, 이재명 수사하는 것처럼 털어보면 나온다. 선별적으로 압수수색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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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SPC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SPL산재사망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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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수 민주노총 경기본부 노안부장은 "사고 원인은 알려졌는데 회사나 노동부가 (제대로 된 수습 대신) 대충 얼버무리고 감추"려는 태도 역시 문제라며 "중대재해법이 있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능은 최고경영자 기소"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허 회장에게 직접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 역시 허 회장의 사과를 두고 "3년 간 1000억 원 투자를 약속할 게 아니라 공장부터 멈추라"며 "배합 공정 안전부터 재점검하고 동료 애도 시간도 없이 대구 공장에 파견된 SPL 평택 공장 노동자들을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허 회장 사과에 일말의 진정성이 있다면 앞에선 사과하고 뒤에선 노동자를 갈아 넣는 착취 행태부터 바로 잡으라"며 "SPC의 눈 가리고 아웅을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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