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지금까지 8번에 걸쳐 러시아의 기업과 개인 등을 상대로 제재를 가했다.
이를 통해 1천236명의 러시아 국민과 155개 기업이 EU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제재 명단에 오르면 유럽 국가들과 교역이 막히고 유럽 내 자산이 동결되는 등 다양한 불이익을 받는다.
대러 제재 6개월…"잘 버티는 비결, 정책·경험·자원"(CG) |
상품별로 보면 1천개 품목과 수백개의 하위 품목이 제재 대상이 됐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전비를 충당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원석과 원자력 발전용 우라늄 등 여전히 EU의 제재망을 피해 가는 고부가 상품이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다이아몬드 원석의 경우 전통적인 보석 유통 허브인 벨기에의 입김 때문에 여전히 유럽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에 다이아몬드 원석을 수출해 연간 18억유로(2조5천20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벨기에는 대놓고 다이아몬드는 제재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EU 집행위원회의 제재 준비 과정에서 집요한 로비를 통해 이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EU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달 초 발표된 8차 제재안 논의 과정에서 벌어진 '촌극'을 전했다.
EU가 지난달 제재안을 마련할 때 실무를 맡은 EU의 외교부 격인 유럽대외관계청(EEAS)이 실수로 러시아 국영 다이아몬드 회사인 '알로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한다.
당시 EEAS는 다이아몬드는 제재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메모'를 보지 못했다고 NYT는 전했다. 내부 소통 과정상 에러 때문에 원래 제재 대상이 아닌 알로사가 끼어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자 폴란드 등 대러 강경노선을 걷는 국가들이 알로사를 제재해야 한다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는데, 그럼에도 알로사는 결국 제재 리스트에서 제외됐다고 NYT는 전했다.
카자흐스탄 다자회의 참가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 |
러시아산 우라늄도 프랑스와 헝가리, 슬로바키아, 핀란드 등 원전에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 때문에 계속 유럽으로 수입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유럽 내 러시아산 우라늄의 연간 교역 규모는 2억유로(2천800억원)에 달한다.
탈원전을 추진 중인 독일 등은 원전용 광물 수입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등은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위기를 맞아 원전 가동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러시아산 우라늄을 제재해서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맞선다.
이와 함께 유럽의 제재를 피해 가는 것은 러시아산 원유다.
세계 최대 해상운송 국가인 그리스는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막으면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5~6월 EU가 러시아 원유 금수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도 그리스 외교관들이 강력히 맞서 이를 저지했다고 한다.
해운 정보 플랫폼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 수송 유조선의 절반 이상은 그리스 선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그리스의 반대로 러시아 원유 금수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EU는 결국 미국의 제의를 따르기로 했다. 원유 수출은 막지는 않되, 가격의 상한을 씌운다는 것이다.
NYT는 이와 같은 제재의 구멍들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27개 EU 회원국 간 빠르고 단일화된 제재 체계를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속히 러시아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선 찬반 논란이 많은 품목은 일단 제외하면서 제재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러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나머지 유럽 국가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인근에 있는 동유럽 '매파' 국가들과 다소 동떨어진 서유럽 국가 간 분열의 간극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리서치 그룹 독일마셜펀드의 선임 연구원 제이컵 커크가드는 "어느 국가든 지금 희생을 통해 기여하지 않으면 이후 다른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그 때문에 괴로운 상황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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