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5 (수)

'010' 번호 전화도 조심…진화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50대 주부 A씨는 최근 '010'으로 시작되는 모르는 번호로 '엄마 나 휴대전화 액정 깨졌어'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A씨가 "아들 번호가 아닌데 누구세요"라고 문자를 보내자, 상대방은 곧바로 "휴대전화가 고장 났는데 수업이라 친구 전화로 문자 했어"라며 수리비 계산을 위해 통신사 앱을 깔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마침 아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시간이라 A씨는 별 의심 없이 상대방이 문자로 보낸 앱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깔았습니다.

하지만 이 앱을 까는 순간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단순한 통신사 앱이 아니라 휴대전화 원격제어 앱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이 앱을 통해 A씨의 은행 계좌에 있는 수백만 원을 빼간 것은 물론 A씨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상품권까지 구매했습니다.

'070'으로 시작되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이른바 '변작 중계기'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이 국제전화나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만 온다고 믿는 사람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한 신종 수법입니다.

경찰은 변작 중계기가 새로운 보이스피싱 범행 수단이라고 보고 전국에서 동시에 집중 단속을 벌여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총 9천679대를 적발했습니다.

8월부터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2차 단속에서도 비슷한 규모로 적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속해서 단속하는데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변작 중계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BS

산 중턱에 숨겨둔 변작 중계기 (사진=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의 단속 강화에 맞서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변작 중계기를 꼭꼭 숨기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원룸과 모텔 등지에 변작 중계기를 설치해 사용하는 방식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산속이나 폐건물 옥상에 설치하는 물론 배터리를 연결해 아예 땅속에 파묻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건설 현장 배전 설비함이나 건축 중인 아파트 환기구 내부, 아파트 소화전, 도로 충돌 방지벽 옆 수풀 속에서도 변작 중계기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변작 중계기를 싣고 다니거나, 가방 안에 변작 중계기를 넣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식의 이동형 변작 중계기에는 무선 라우터나 대형 배터리가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변작 중계기 공급·유통조직에 통신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포섭된 것으로 경찰이 의심하는 지점입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 대부분이 전화금융사기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은 10년 전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면서 "전화번호 변작, 악성 앱 설치 등 최첨단 통신기술이 동원되므로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