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아파트와 난방 시설에 떨어져
“장거리 미사일 아끼려 드론 동원” 분석
17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 아파트에서 소방관들이 구조 작업을 펴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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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을 미사일로 무차별 공습했던 러시아군이 이번엔 키이우에 ‘자폭 드론’ 공격을 벌여 적어도 4명이 숨졌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17일(현지시각) 키이우 시 중심부 셰브첸키스키 지역의 아파트 건물에 폭발물을 가득 실은 드론(무인기)이 떨어져 임신 6개월된 여성과 여성의 남편 등 민간인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클리치코 시장은 이날 아침 28기의 드론이 키이우 상공에 나타났다고 전했고, 데니스 슈미할 총리는 적어도 5기의 드론이 지상으로 돌진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드론들이 남부에서 날아왔으며 13기의 드론을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에이피>(AP) 통신은 드론 한 기가 지역난방 공급 센터를 공격했고 다른 한 기는 시내의 아파트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아파트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위층의 3가구가 파괴되고 불이 났다.
드론이 나타나자 지상 방위군이 드론 격추를 위해 사격을 가하면서 총소리와 폭발음이 아파트 주변을 뒤흔들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 건물에 사는 주민 비탈리 두셰우스키(29)는 “정말, 이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다. 아직도 온몸이 떨린다”고 말했다.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왔다는 엘레나 마주르(52)는 “한 사람이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말을 들었지만 우리 어머니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적군이 밤낮으로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전투에서 승산이 없어지자 전투 패배의 대가를 테러에서 찾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란에 2400기의 드론을 주문해 ‘게란-2’라는 이름을 붙인 뒤 공격에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한 적 없다고 계속 부인해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민간인을 위협하려고 중요 기간시설을 공격하는 이들이 주요 20개국(G20) 정상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선 안 된다”며 러시아를 모든 국제기구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이피>는 러시아가 정밀 장거리 미사일을 아끼려고 드론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제 드론은 비행 속도가 느리지만, 위성을 통한 위치 확인 시스템(GPS)을 활용하면 정밀한 공격이 가능하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드론 시스템이 고장난 것이 아닌 한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민간 시설을 공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에너지 관련 시설을 공격했을 뿐 민간 시설은 공격 목표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의 이고르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장거리 정밀 무기를 사용해 목표로 한 시설들을 모두 타격했다”고 말했다.
한편, 북동부 수미주와 남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에서도 러시아군이 미사일 등을 동원해 기간시설을 공격했다고 슈미할 총리가 밝혔다. 그는 전력 시설이 공격을 당해 마을 수백 곳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원전 운영 기업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외부 전력 공급이 한때 끊겼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열흘 사이에 외부 전력 공급이 세번째 끊겼다며 비상용 전력 시스템을 가동해 인근 화력발전소에서 다시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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