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은 2019년 호텔 검색량에서 10위권 밖으로 순위권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 기준으로는 8위까지 상승하며 이름값을 한껏 높이고 있다. 양양은 서핑의 성지로 알려졌다. 하와이 해변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서피비치를 포함해 낙산사, 대청봉 등 가족과 함께 구경할 곳이 많다. 돈냄새에 민감한 기업들 행보를 보면 양양이 얼마나 뜨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자사 N 브랜드를 체험하고 시승할 수 있는 ‘N 비치(beach)’ 행사를 양양에서 열었다. 지난 5월 어린이날에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한 ‘칠드런스 데이(ChildreN's Day)’에 이어 인기장소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두 번째 행사였다. ‘서울의 핫플’ 성수동과 비견될 만큼 양양 몸값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현대자동차는 강원 양양 서피비치에서 자사의 고성능차 N 브랜드를 체험하고 시승할 수 있는 ‘N 비치(beach)’ 행사를 진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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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몰리자 기업들 마케팅 장소로
패션업체 한섬은 지난여름 ‘백사장’ 팝업스토어를 양양에서 열었다. 서피비치에 ‘홀라! 한섬’이라고 쓰인 파란색 미니버스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거나 퀴즈 이벤트에 참여하면 한섬의 캐릭터 ‘핸써미’가 새겨진 보냉백과 텀블러를 받는 행사를 기획했다. 이 팝업스토어에 3일간 2000명이 방문했는데, 그중 90%가 MZ세대였다. 롯데마트는 9월 30일까지 양양 서피비치에서 ‘블랙위너수박’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블랙위너수박으로 만든 주스와 과육을 잘라 만든 수박바를 파는 행사다. 이 역시 롯데마트의 MZ세대 사원들이 양양 서피비치를 마케팅 장소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해외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도 신제품 ‘하이네켄 실버’ 출시를 기념한 팝업스토어를 양양 인구해변에 있는 편의점 GS25에 열었다.
낙산도립공원 해제로 양양 개발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낙산사를 끼고 도립공원으로 묶였던 지역은 오랜 기간 개발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이 일대에 산불이 나고, 그 여파로 도립공원이 해제되면서 해변을 낀 상업지역에 첨단 호텔과 상가 등이 집중적으로 들어설 전망이다. 직선거리 약 2㎞의 낙산해수욕장 해변을 끼고 해운대와 비견될 만한 고층 건물이 잇달아 자리를 잡고 있다. 도립공원에 묶여 난개발을 막은 덕분에 체계적인 개발이 이뤄지는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인구가 몰리고 돈이 몰리는데 호텔이 들어가지 않을 리 없다. 실제 최근 양양에는 다양한 생활형숙박시설이 일제히 몰려들고 있다.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생활형숙박시설은 그 의도가 ‘불순한’ 경우가 종종 있다. 생활형숙박시설 명목으로 분양받아 이를 편법으로 주택으로 쓰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이 꽤 있다. 일부 생활형숙박시설이 거주가 가능한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되는 사례도 나오면서 이런 움직임을 부추기기도 했다. 일부 시행사는 아예 이런 의도를 가지고 생활형숙박시설을 분양하기도 한다.
▶생숙시설 편법 활용 논란
하지만 생활형숙박시설의 원래 목적은 당연히 숙박이다. 양양에서는 본래목적에 맞게 분양하는 다수의 생활형숙박시설을 분양 중이다. 대표 주자 중 하나는 피데스개발이 강원도 양양에서 내놓은 ‘인스케이프 양양 by 파르나스’라 할 만하다. 이 단지는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에 들어서는 지하 7층~지상 39층, 1개 동 생활숙박시설 393실이다. 전용면적 37~151㎡에 걸쳐 총 21개의 다양한 평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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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으로 나와 낙산해수욕장 모래밭까지 직선거리로 20m가 채 안 된다. 수영복을 입고 뛰면 1분 만에 넘실대는 파도와 만날 수 있다. 최고 높이 174.6m로 설계해 완공하면 강원도 최고(最高) 마천루가 될 전망이다. 최고층에 들어서는 루프톱 라운지에 오르면 동해의 푸른바다와 낙산사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다. 하늘과 바다와 수영장을 하나의 선으로 잇는 ‘인피니티 풀’을 넣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단골 사진첩에 오를 공산이 크다.
루프톱 라운지에는 돌출된 유리바닥으로 만든 ‘글라스 에지’가 있어 발아래 펼쳐진 아찔한 전망을 만끽할 수 있을 예정이다. 인스케이프 양양 by 파르나스를 분양받으면 1년에 한 달간 날짜를 정해 수시로 휴양 차 오갈 수 있다. 한국 최고의 관광명소로 떠오른 양양에 ‘나만의 호텔’ 객실 하나를 소유하는 셈이다. 객실을 쓰지 않을 때 관리가 소홀해지는 부담에서도 벗어난다. 서울 삼성동 특급호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이 공간을 도맡아 관리해주기 때문이다.
파르나스호텔은 주인이 집을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 방을 호텔처럼 이용해 대신 수익을 내준다. 이걸로 관리비와 운영비를 모두 충당하고 남는 돈을 배당형태로 주인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휴가 때는 별장처럼 집을 쓰다가 집이 빌 때 수익형 부동산으로 부수익을 올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전무는 “특급호텔 파르나스 요구에 따라 건물 설계도 혁신적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인스케이프 양양 by 파르나스는 생활형숙박시설이어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고 각종 주택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주청리에서 분양 중인 생활형숙박시설 ‘세인트존스 양양 더 스위트’도 같은 맥락이다. 건물 모양이 ‘X’자 타워형 구조다. 오션뷰 조망 비율이 약 81% 수준이다. 실별로 발코니가 설치되고 다수의 객실에서 파노라마 오션뷰를 확보한다. 운영은 호텔그룹 세인트존사가 담당하며 시행위탁사는 펜타와이투, 시행수탁사는 하나자산신탁, 시공은 태왕이앤씨와 대영에코건설이 각각 맡는다.
‘브라운스톤 양양’도 양양에 분양한 새로운 생활형숙박시설 중 하나다. 낙산해수욕장 바로 앞에 들어선다. 지하 6층~지상 29층 1개동 규모로 근린생활시설 및 230호실의 생활형숙박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데스커 해변 라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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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위치의 ‘그랑베이 낙산’도 분양 중이다. 지하 6층~지상 20층, 1룸~1.5룸 8가지 타입으로 구성된 생활형숙박시설 436실 구조다. 각 실에 TV 및 냉난방기 등 풀옵션 상당 가전제품을 갖췄다. 일부 세대는 낙산해수욕장 파노라마뷰 조망을 확보했다. 인피니티풀, 고급 호텔 스타일 스카이라운지, 루프톱, 반려동물과 즐길 수 있는 펫케어 센터 등 커뮤니티 특화 시설이 함께 들어갈 전망이다.
이 밖에 ‘다이아메르 양양’이 지하 4층부터 지상 13층, 전용 23.58㎡~43.74㎡, 총 188실로 건립 예정이다. ‘플럼바고 양양 오션 앤 올 스위트’는 지하5층~지상34층 266호실로 이뤄졌다. 모든 객실에서 동해바다 조망이 가능하며 광폭 테라스와 자쿠지가 설치된다. ‘웨이블런트 양양’은 지하 3층~지상 20층 1개 동 전용면적 23~39㎡ 총 408실 규모다. 대부분의 객실에서 파노라마 조망을 누릴 수 있다.
▶‘워케이션’ 성지로 떠오르나
향후 양양이 ‘워케이션(Workation)’의 성지로 떠오를지 여부도 관심사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 acation)의 합성어다. 양양에는 워케이션 거점지인 ‘디캠프×데스커 양양 워케이션’이 있다. 가구 브랜드 데스커가 마련한 공간으로, 업무 공간을 비롯해 숙박시설을 갖춘 곳이다. 기업이 이 공간을 예약하면 직원들이 이곳에서 평소처럼 업무를 보면서 일과 후에는 양양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구조다. 올해만 해도 한국신용데이터, 집토스, 오누이 등 여러 스타트업 직원들이 이곳을 찾았다.
양양 소재 더앤리조트와 슬로스킵 등 일부 리조트는 별도 사무공간을 만들었다. 앞서 양양군청은 별도로 6주간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 전 구간이 개통되면서 양양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강원도 지역 중 하나가 됐다. 영동고속도로, 강릉 KTX 등을 이용해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기 쉽다. 여기에 2027년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되면 교통망은 더 촘촘해질 예정이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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