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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홀로 애 키우는 아빠 챙기던…'여성가족부' [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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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직접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합친 말입니다. 사서 고생하는 맘으로 현장 곳곳을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을 알리고, 그늘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여성가족부에 '여성'이 들어갔다고…여성만을 위한 곳으로 잘못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자세히 공부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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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정부조직 개편방안 관련 설명회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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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포털사이트 지식인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집안 사정이 안 좋았거든요. 그때 여성용품을 지원받기도 했고, 무료로 청소년 캠프도 갔었어요. 친했던 중학교 친구는 다문화 가정이었는데, 그 친구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만약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이런 혜택이 모두 없어질까요. 매년 꼬박꼬박 사야 하는 생리대만 해도 가격이 부담스러운데…도움받는 친구들도 어떻게 될지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마도 질문한 이는 청소년인 듯했다. 대통령이 처음 던진 '여성가족부 폐지'란 일곱 글자는, 10대 아이에겐 당장 비싼 생리대를 이달부터 직접 사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엄습한듯 했다. 정부는 6일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바뀐 이름은 '인구가족양셩평등본부'. 위치는 보건복지부 아래로, 장관은 '장관과 차관 사이 그 어딘가'로 쪼그라들었다(물론 정부는 격도 기능도 좋아졌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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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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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취재했던 여러 현장에서 '여성가족부'란 이름을 자주 들었었다. 미혼모 자립을 위한 아이돌봄 서비스라던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라던지, 학교 밖 청소년이 방황하지 않게 돕는 다던지. 그와 함께 들었던 말은 '예산'이 부족하단 거였다. 여성가족부란 이름의 중앙부처였어도, 수장이 장관급이었어도, 지원이 턱없이 모자라 사업에 어려움이 많았을진대,

보건복지부 산하로, 본부 크기로 줄어들면 그마저 있던 사업들은 앞으로 온전하게 남아 있게 될까. 그게 몹시 걱정됐다. 뭐 하나 추진하려 해도 교육부, 고용노동부, 국토부 등 여러 부처와 힘을 합쳐야 하는데,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께서 이를 잘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역시 우려되었다.

그래서, 혹여나 함부로 없앨까 싶어(아니라면 다행인데 걱정 많은 게 직업병이다) 여성가족부가 하던 일을 좀 더 자세히 공부해 남겨보기로 했다. 이름만 보고, 여성가족부가 '여성'을 위한 정책만 한다 생각하여 폐지하라 목소릴 높이는 이도 꽤 많으므로. 기록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단 하나다.

혹시나 정치나 젠더 이슈로 몰아가는 이들로 인해, 정말 절실한 누군가의 도움이 끊기진 않길 바라는 마음.


홀로 아이 키우는, 힘든 아빠·엄마에게…양육비 20만 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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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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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쉬운 이야기로 풀어서 쓰려 한다. 아래 이야기는 여가부 정책을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든 것이다.

43세 엄마가 있다. 14살인 아들을 키운다. 남편과는 이혼했다. 한 달에 버는 돈은 188만 원. 버는 돈의 75%는 전부 나간다. 그중 먹는 데에 70%를, 아이 교육비로 27%를 쓴다. 빚은 1853만 원이다. 주거비와 생활비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빚지게 됐다.

매일 일하는 시간은 10시간이 넘는다.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 7시가 넘어야 퇴근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어른 없이 홀로 보낸다. 양육비와 교육비는 늘 빠듯해 힘겹다. 전 남편은 양육비를 안 준다. 아이가 아플 때도, 도움을 구할 곳이 전혀 없다. 여가 활동도 사치다. 중학생인 아이와는 1년에 쇼핑을 겨우 3번 간다. 외식도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다.

여성가족부는 이 가족에게, 한 달에 2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갑작스레 아프거나 다치는 등 위기 상황이 찾아오면, 한시적으로 긴급 생계비도 줄 예정이다. 위 사례에서 아빠가 엄마여도, 아들이 딸이어도 마찬가지다. 성별은 무관하다.

*한부모가정 양육비 지원에 2023년 여성가족부 예산 4959억원(중위소득 60% 이하, 월 207만 4000원, 2인 가구 기준). 매달 20만 원씩 지원. 위 사례는 지난해 여성가족부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통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수치로 참고해 작성. 한부모 평균 나이 43.6세, 이혼이 81.6%, 가장 어린 자녀는 중학생 이상이 56.3%, 모자 가구 월 평균 소득 188만 2000원, 빚 평균 1853만 원, 취업 한부모 27.9%는 일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 중학생 51.3% 평일 일과 후 돌봐주는 어른 없이 홀로 보내.


하늘나라로 떠난 아내, 세상에 남겨진 남편 위한 '심리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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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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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하늘로 떠났다. 70대의 나이에 나 홀로 남겨졌다. 자녀도 없다. 순식간에 1인 가구가 되었다. 직장도 은퇴하고 남은 건 단조로운 삶. 이제 앞으로의 삶에선 기쁜 일 같은 건 없을 거라고, 내겐 사치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만나지 않고 지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우연히 내가 사는 지역에 '가족센터'란 곳이 있단 걸 알게 되었다. 그곳에 취미를 함께하는 모임이 있었다. 나처럼 사별하거나 이혼해 홀로 사는 이들이, 같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었다.

식사를 대충 먹었었다. 그런데 여기 나간 뒤엔 요리 등을 함께 만들며, 밥도 더 잘 먹게 되고 친구도 생겼다. 과정을 다 마치고도 모임을 이어가게 되었다. 아내와 이혼한 한 친구는 "뭐 하냐"며 내게 자주 연락을 주곤 한다.

오랜만에 관계를 맺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상실의 힘듦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다며, 가족센터에서 심리 상담도 받고 있다. 나를 돌보는 방법을 새삼 깨닫고 있다. 여전히 혼자이지만, 그래도 혼자이지만은 않은 날들이다. 위 사례에서 아내가 남편이고, 남편이 아내여도 지원받는다. 성별은 무관하다.

*여성가족부의 1인 가구 사회관계망 지원 사업(예산 6억 600만원). 서울 용산구 등 지자체 12곳 선정. 고독과 고립 방지하고 청년-중장년-노년에 걸쳐 상담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도록 도움. 용산구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9% 차지(2020년 기준), 이혼·사별 1인 가구 자조 모임 지원하고 있어. 1인 가구로 생활하는 주된 이유, 70대의 65.1%는 '배우자 사망'. 꼽은 어려움으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 어렵다'가 42.4%로 가장 많아(2020년 가족 실태조사 결과).


18세 아이, 집은 불타고 아빠는 장애인…일 배우라고 매달 30만원씩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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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아이가 중학생 때 집에 불이 났다. 아이의 아빠는 중증 지체장애인이라 일하기도, 수입을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이는 학교도 다니지 않은 채 방황했다. 엉망이 된 집에, 경제적인 어려움도 겹쳐 많이 우울해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서 아이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특별지원을 신청했다. 아이는 1년 2개월 동안 대장간 일을 배울 수 있는, 직업훈련비 지원을 받았다.

열심히 배운 아이는, 문화재 부속품을 만드는 전문 기술을 얻게 되었다. 전통문화 관련 대학교에 합격해, 더 큰 꿈을 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잃었던 자존감도 많이 회복하게 되었다. 위 사례에서, 아이가 남자든 여자든 똑같이 지원 받을 수 있다. 성별은 무관하다.

*여성가족부의 위기청소년 특별지원 사업(예산 36억원). 보호자가 없거나, 실질 보호를 받지 못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만 9세~24세 이하 위기청소년에게 생활비, 치료비, 학업 지원비 등 줘. 상담비와 활동지원비 월 30만원 이내. 학업, 자립, 상담 등 지원은 중위소득 72%(2022년 2인 가구 기준 약 234만 7000원) 이하 청소년 대상.


10대에게 성적인 사진 요구하더니 협박…삭제해주고, 경찰서에 함께 가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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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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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인 아이는 SNS를 통해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상대방은 자기도 아이와 같은 또래라며 접근했다. 둘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친해졌다. 또래라 한 이는 조금씩 질문 수위를 높여갔다.

학교와 주소를 묻더니, 성적인 내용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별다른 의심 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돌연 돌변해, 아이에게 성적인 사진과 영상을 달라고 했다. 아이가 거부하자 그는, 대화 내용을 아이의 지인들에게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아이는 성적 사진과 영상을 그에게 제공했고, 성범죄 피해자가 됐다.

눈앞이 컴컴했을 때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란 곳이었다. 센터는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아이의 촬영물을 빠르게 삭제했다. 그리고 지역 성폭력상담소로 연계해 심리 상담과 의료 도움을 받도록 했다.

성폭력상담소 상담원의 도움 덕분에 아이는 가해자에 대한 경찰 신고까지 결심했다. 상담원은 경찰서까지 함께 가주며, 안정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위 사례에서 아이가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모두 지원받을 수 있다.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지난해 기준 피해자 6952명과 상담해 약 18만 8000건을 지원. 365일 내내 24시간 상담. 피해자 중 73.5%는 여성이고, 26.5%는 남성. 불법 촬영물을 삭제해주며, 지난해 기준 16만 9820건 삭제. 이중 성인사이트가 5만9113건으로 가장 많아. 불법 촬영물에서 '특정 얼굴 검색'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 중인데, 이를 통해 더 빠른 삭제가 가능할 전망.


아빠에게 성폭력 당한 아이…병원 치료해주고 법정 대신 '영상' 진술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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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센터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 가는 대신 영상 신문을 하는 모습./사진=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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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성폭력을 당한 아이는 72시간이 임박한 상태에서 해바라기 센터를 찾았다. 센터는 가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채취할 수 있게 지원했다.

아이는 성폭력 피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 장애, 자해 행동, 자살 시도 등 광범위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센터는 상담과 심리평가, 치료, 정신과 진료와 함께 지역사회와 협력해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아이는 그 덕분에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게 됐다. 자해와 자살 시도 등도 멈췄다. 적극적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관련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회복해 갔다.

이후 법정 출석 통보를 받았을 때, 아이는 피해 경험을 떠올리며 낯선 법정에 출석하는 것에 부담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센터에서 비디오 등 중계장치 등을 통해 증언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증언 과정은 힘들었지만, 상담과 의료 지원을 받은 친숙한 장소에서 한 덕분에 안심하고 마칠 수 있었다. 이 사례에서 피해자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똑같이 지원 받을 수 있다.

*여성가족부 해바라기센터(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 대상으로 상담, 의료, 법률 및 수사, 심리치료 지원. 지난해 총 41만 8032건 서비스 지원. 전국에서 39개소 운영. 피해자가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2차 피해 겪지 않도록 도와. 영상 증인 신문 시범사업도 시행해, 법원이 아닌 해바라기 센터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


여성가족부 예산 따져보니…'여성' 위한 사업은 극히 미미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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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성가족부 예산 편성 현황./그래픽=여성가족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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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사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느낀 건, 지금도 이미 '여성'이 주가 되고 있지 않단 거였다. 이름으로 여성만을 위한 부처인 것처럼, 이미지가 그리 만들어져 있을 뿐.

예산액을 따져봐도 그렇다. 2023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이 1조 5505억원. 이중 가족 관련 예산이 56%(8752억원), 5대 폭력 피해자 예산이 812억원(5%), 청소년이 1116억원(7%) 등이다.

대상이 여성으로만 명확히 한정돼 보이는 건 세 가지 정도였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대(4.7%, 744억원)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지원(0.8%, 136억원), 그리고 국립 여성사 박물관 건립(0.24%, 38억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성만을 위한 게 아니다. 예컨대,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대' 사업은 대다수 아이를 키우려 경력이 끊긴 여성들을 위한 정책이다. 그가 일해서 번 돈이 여성만을 위해 쓰이는 건가. 대개는 남편, 아들, 딸, 모두를 위해 쓰일 거다. 실제 여성가족부 새일센터를 통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한 A씨는 "내가 번 돈으로 아이에게 옷 한 벌, 음식 한 그릇 사주는 부모 역할을 할 수 있게 해 줬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지원으로 부담을 더는 건, 남편과 아내를 포함한 가족 모두다. 단지 여성만을 위한 게 아니다. 두 딸과 함께 사는 50대 아빠 B씨는 "생리대 가격이 정말 비싼데, 정부 지원 생리대 바우처 덕분에, 생활비 부담을 크게 줄인 게 사실"이라고 했다.


더는 성차별도 없다? 남성 41.4%도 '여성에게 불평등한 사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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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의 모습. 이날 정부는 여성가족부가 폐지되고 복지부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신설된다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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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정이라,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명분도 힘이 약하단 지적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여가부 폐지를 두고 이유로 든 게 "여성을 약자로 생각지 않으며", "구조적 성차별은 더는 없고", "여가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였다.

정말 그럴까. 지난해 여가부의 <양성평등 실태조사>에서 사회 전반 성 평등 수준을 어떻게 느끼는지 물었었다. 여기서 남성조차 41.4%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데에 동의했다. 남성의 45.6%는 '직원 채용시 남성을 선호한다'고도 했다. 또 남성의 79.3%가 '우리 사회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이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하다'는 데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성이 동의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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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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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올해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꼴찌였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성별 간 임금 격차, 기업 내 임원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토대로 산출한 것이다. 심지어 2013년부터 10년 내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성별 임금 격차는 31.5%로 절대적인 꼴등인데, 이는 남성 근로자가 100만 원 받을 때 여성은 31만 5000원이 더 적은, 68만 5000원을 받는단 의미다.

그러니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단 정부 조직개편안이, 시대적 흐름을 거스른단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오히려 여성가족부를 성평등부로 격상시키고, 부처간 조정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도 비슷한 얘길 했다. 그는 큐플래닛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를 확장해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고, 부처별 성평등 추진 담당관을 모아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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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여성가족부


에필로그(epilogue).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정의 아빠다. 육아는 막막했고 아내는 예민해져 갔다. 근무시간 중에도, 혹시 학교나 유치원에서 아이가 아프다고 전화 오면 어쩌나 싶어 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디었다.

외로운 환경에서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서비스를 알게 됐다. 낯선 아이돌보미 선생님의 미소가 출근하는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선생님이 온 뒤로는, "빨리, 빨리"란 재촉 대신 아이들의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봐주게 되었다. 새삼 애들이 언제 이리 컸나 싶어 눈물이 왈칵 고였다.

맞벌이 가족의 아픈 맘을 잘 헤아려주는 사업. 종달새처럼 말이 많고 활발한 아이들로 자라게 해준,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아이돌봄지원사업에 바라는 게 있다면, 이 사업이 확충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미소 짓는 아내의 얼굴을 보니 10년 전 데이트하던 때가 떠오른다.

(2018년,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서비스 수기집 내용 中)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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