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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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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하나 돌멩이 하나 부처 아닌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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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관조스님이 촬영한 명상 사진 `통도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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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든 수행자'라 불리며 명상 사진을 찍었던 관조 스님의 사진집이 출간됐다.

선승이자 사진작가로서 불교사에 한 획을 그은 스님의 16주기를 맞아 출간된 사진집 '관조'(觀照·불광출판사)는 1975년부터 30년 동안 찍었던 사진 278점을 담았다. 그가 남긴 사진 20만장을 놓고 상좌 승원 스님(가평 백련사 주지)이 3년에 걸쳐 정리하고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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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하나, 돌멩이 하나에도 부처님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이 광대한 우주 공간의 그 어느 것이나 다 부처의 법신입니다."

스님이 생전에 남긴 말씀처럼 사진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자연, 절집, 스님들에 이르기까지 불가의 구석구석이 모두 담겨 있다. 1943년 경북 청도 출신인 관조 스님은 17세 때 부산 범어사에서 지효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65년 해인사에서 구족계를 수계했다. 1971년 해인사 승가대학 강주로 취임해 후학을 양성했고, 그 이후로는 어떤 직책도 맞지 않은 채 범어사 주석으로 사진에 전념했다. 1980년부터 '열반' '자연' '생, 멸, 그리고 윤회' 등 20여 권의 사진집을 냈고, 수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사진집 '사찰, 꽃살문'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아름다운 책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6년 세수 64세로 열반에 들었다.

관조 스님 사진의 백미는 필터나 조명을 전혀 쓰지 않는 담백함에 있다. 스님은 대부분의 대상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아무런 기교 없이 오로지 바라보는 사람과 대상만이 존재하는 스님의 사진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사진작가 준초이는 스님의 사진을 처음 본 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1980년대 중반쯤이었다. 뉴욕에 있던 최고의 예술서점 리촐리 앞을 지나다 유리창 너머 어느 책의 표지 사진 한 장에 온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감나무 사진이었다.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나를 잡아당기는 힘에 이끌려 서점에 들어가 책을 집어 들었다."

스님의 사진에 담겨 있는 사찰의 모습은 큰 울림을 준다. 스님들의 숨겨진 모습과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문화유산을 비롯해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던 돌계단과 기왓장이 하나 하나 살아서 이야기를 던진다.

스님의 맏상좌로 이번 사진집을 제작한 승원 스님은 "스님의 작품 활동은 단순한 예술 행위가 아닌 수행 그 자체였다"면서 "스님은 피사체에 몰입하는 순간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삼매의 경지에 들었다"고 술회했다. 승원 스님은 또 "관조 스님이 남기신 사진은 스님의 사리와 다름없다"면서 "이번 사진집이 세상을 깨우치고 밝히는 지혜의 법문이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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