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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영란은행 국채 매입 중단, 英 국채 또 불안…14일 이후엔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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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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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이 국채 매입을 중단하자 영국 국채수익률이 다시 급등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영국의 3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말 3.8%에서 이번주 4.4%로 뛰어올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이 떨어질 때 올라간다.

영국의 3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9월28일 영란은행이 국채 매입을 발표하기 전 5.1%까지 치솟았다.

영란은행은 정부의 감세안 발표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 국채수익률이 급등하자 10월14일까지 650억파운드를 투입해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영국 국채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영국 정부도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시킨 감세안을 철회했다.

영란은행은 국채 매입을 발표한 9월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매일 10억파운드 이상을 국채시장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채권시장이 안정되자 지난 3일에는 국채 매입 규모를 2200만파운드로 줄였고 4~5일에는 국채 매입을 중단했다.

존 컨리프 영란은행 부총재는 6일 공개된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국채 매입을 통한 시장 개입은 "장기 국채 금리를 제한하려거나 통제하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영국 은행들에 따르면 은행들은 누구의 주문으로 국채를 팔았는지 영란은행에 보고해야 한다.

이는 자금 압박 때문에 국채 매도에 내몰린 금융기관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영란은행은 채권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최소한으로 국채를 매입하려 하지만 문제는 국채수익률이 얼마나 변동해야 채권시장이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판단할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6일 한 때 영국의 30년물 국채수익률은 0.2%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지난주 영국의 채권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수십년만에 최대 일일 변동폭이다.

이후 30년물 국채수익률은 주춤하며 전날 대비 0.1%포인트 가량 오른 상태에서 정규거래를 마쳤다.

장기 국채수익률의 급등은 지난주 영국 채권시장 혼란의 원인이었다. 지난주 국채수익률 급등으로 연금 펀드들이 투자한 파생상품에서 손실이 나자 파생상품에 대한 증거금 증액 요구가 물밀 듯이 일어나면서 연금 펀드들은 장기 국채를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했다. 이 같은 매도는 다시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연금 보험회사인 브리튼 락 그룹의 리서치 팀장인 콘 키팅은 6일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연금 펀드들이 지난주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마진콜(증거금 증액 요구)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채수익률 상승이 2~3일 더 이어지면 지난주 영란은행의 시장 개입을 촉발시켰던 수준까지 마진콜 요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UBS의 금리 전략가인 로한 칸나는 "오는 14일까지는 (영란은행이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채권시장 급락을 막아줄 버팀목이 있지만 이 기간 동안에도 시장 불능 조짐이 나타날 때만 국채를 매입한다는 것이 영란은행의 메시지"라며 "지금 시장엔 영란은행이 개입할지, 안 할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OPEC+(확대 석유수출국기구)가 최근 감산을 결정한 것도 국채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영란은행의 국채 매입이 종료되는 오는 14일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금리 및 인플레이션 전략가인 조지 개라요는 "지금은 매우 불확실한 환경"이라며 "국채 매입이 중단되는 날, 영국 채권시장은 다시 벼랑 끝에 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영국 국채수익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달 후 영국의 10년물 국채 가격에 대한 전망이 반영된 국채 선물가격은 지난 2일간 하락했다.

아울러 영란은행이 이달 말부터 보유하고 있던 국채를 매도하겠다고 밝힌 것도 채권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영란은행은 보유 국채를 줄이는 양적 긴축(QT)을 이달 초부터 시행하려 했으나 채권시장 붕괴 위기로 이를 이달 말로 미루고 한시적으로 국채를 사는 양적 완화(QE)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영란은행은 8379억파운드에 달하는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달 말부터 12개월에 걸쳐 이를 800억파운드 줄일 계획이다.

영란은행은 직접 국채를 팔거나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재연장하지 않고 원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국채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RBC 캐피탈마켓은 영란은행의 직접적인 국채 매도 물량이 향후 12개월간 450억파운드애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게다가 영국 정부는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회계연도에만 2340억파운드의 국채를 새로 발행해야 한다.

영란은행도, 영국 정부도 국채를 팔아야 하는 처지인데 이 물량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페더레이티드 허미스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올라 가비는 "향후 2년 동안 과거보다 더 많은 영국 국채가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영국 국채수익률이 더 올라가겠지만 지난주와 같은 시장 붕괴 상황은 없을 것으로 낙관했다. "영란은행이 (시장 붕괴 위험시 개입한다는) 전례를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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