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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단독] 알리발 중국 짝퉁…“한국 소비자 보호” 레이 장 약속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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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즉시 환불하겠다”

세계일보

알리에서 구매한 모조품. 알리 측은 이 사진을 보자마자 즉시 환불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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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00억원을 투자해 모조품 근절에 나서겠다.”

지난해 12월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알리익스프레스(알리)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가 한국 고객과 한 약속이다.

장 대표는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한국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짝퉁’(모조품) 근절을 강조했다.

모조품 유통으로 통신판매중개자인 알리에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파격적인 보상안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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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6일 오전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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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모조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보상은 처음 했던 우려와 달리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다.

세계일보는 앞선 10일 알리에서 미국에 본사를 둔 운동화 제조사 ‘호카 오네오네’(HOKA ONE ONE) 정품이라고 광고하는 운동화 3개를 구매해 이중 1개를 받았다. 나머지 2개는 아직 배송 중이다.

국내에서 20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이 운동화는 알리에서 단돈 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만 놓고 보면 모조품이 의심됐지만, 만듦새나 긍정적인 구매 후기가 이어져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 판매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스토어 ‘HOKA’라는 공식 명칭과 로고를 앞세워 다양한 종류의 신발을 팔아 나름 신뢰성을 높였다.

하지만 정품 확인 결과 예상처럼 모조품으로 드러났다.

주문 후 약 14일 만에 도착한 첫 번째 제품은 포장 상자 없이 비닐에 담겨 배송됐다.

배송된 상태만 봐도 모조품임을 확신할 수 있었지만, 정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태그’(상품 정보 등을 담은 표)도 없었고, 정품과 비교해 엉성한 마감이 한눈에 들어왔다.

얼핏 봐선 정품과 구별이 안 되지만 세세한 디테일을 살펴보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모조품임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제품 페이지에는 그럴듯하게 사진 찍어 올렸지만 실제 상품은 질 낮은 중국 공장 제품인 것이다. HOKA 신발은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다.

또 신발에 사용된 공업용 접착제 냄새가 매우 심했다. 운동화는 깔창 부분을 본딩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의 제품은 정품과 비교해 역할 정도의 악취를 풍겼다. 이에 자칫 발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더 큰 문제는 모조품을 판매한 중국 사업자가 돌연 스토어를 폐쇄하고 사라진 점이다. 정품 여부를 떠나 환불할 주체가 사라져 구매 대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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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과 비교해 엉성한 마감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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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을 판매한 중국 사업자가 돌연 스토어를 폐쇄하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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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에 대해 유통업계와 알리 코리아는 한목소리로 “잘못된 모조품 판매”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날 정품 여부를 묻는 세계일보 질문에 “모조품”이라며 “정품일 가능성이 단 1%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요즘 시대 신발을 비닐에 넣어 파는 곳이 어디 있나”라면서 “정품에 대한 고민은 시간 낭비”라고 밝혔다.

이어 “백번 이해해서 제품 상자가 없다 치더라도 태그가 없는 건 모조품이 확실하다”며 “시골 장터에서 파는 신발도 태그가 달려있다. 그 어떤 브랜드를 봐도 태그가 없이 판매되는 제품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품 마감 등의 상태도 매우 처참한 수준”이라며 “이런 제품을 정품으로 속여 판다는 게 놀랍다”고 덧붙였다.

호카에서 판매하는 정품 신발은 포장 상자가 있고 태그도 달려있다. 또 실밥이 보이는 등의 허술한 마감도 없다.

알리 측도 해당 신발을 모조품으로 판정하며 환불을 약속했다.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한 알리 관계자는 “해당 상점은 판매자가 고의적으로 상표를 훼손하여 위조 제품을 판매하다가 플랫폼에서 이를 적발했다”며 “상점의 상표권 침해를 확인한 후 폐쇄 조치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구매한 제품은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며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일보가 구매한 제품은 ‘90일 환불보장’이 약속된 제품이다. 현재 배송 중인 다른 상품 2점은 이런 보장이 없는 제품으로, 추후 이 제품들에 대한 반품과 환불 등을 다시 다룰 예정이다)

글·사진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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