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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우산 쓰면 못 알아볼까? ‘힌남노’ 북상에 강수량 검색한 전주환…살인은 치밀한 계획범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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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치밀한 계획 확인”…6일 구속기소

“심리분석 결과 잘못 합리화하는 경향”

보복살인 외 주거침입 등 혐의 추가 적용

세계일보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철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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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31·구속)을 재판에 넘겼다.

전주환은 태풍이 북상하던 당시 피해자가 우산을 쓰면 알아보지 못할 것을 우려해 미리 피해자 주소지의 강수량까지 검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신당역 살인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이날 전주환에게 보복살인 혐의 외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전주환은 지난달 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여자화장실에서 자신과 서울교통공사 입사동기인 여성 역무원 A(28)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전주환이 범행을 마음 먹은 지난 8월18일부터 실제 범행을 저지른 날까지 전주환의 동선과 범행준비·실행 과정을 복원,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앞서 A씨에게 고소돼 스토킹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은 전주환은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실형(징역 9년)을 구형받자 A씨에게 앙심을 품고 지하철 역무실로 찾아갔다.

직위해제된 상태였던 전주환은 4차례나 역무실을 방문해 통합정보시스템에 접속, 업무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척하며 A씨 주소지와 근무정보 등을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알아낸 정보로 A씨 퇴근시간에 맞춰 A씨 주소지를 3차례 찾아갔다고 한다.

검찰은 “당시 A씨의 근무형태는 주간·야간·비번·휴무 4일 간격 교대근무로, 야간·비번·휴무의 경우 A씨가 집에 출입하는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주간근무일로 범행일자를 선택한 사실을 조사 과정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주환은 A씨 주소지로 갈 당시 정보를 재차 확인하고, 동선을 감추기 위해서 휴대전화 GPS(위성항법장치) 위치를 실제와 다른 장소로 인식하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흔적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헤어캡과 장갑도 준비했으며, 옷에 피가 묻었을 경우를 대비해 양면점퍼도 착용했다고 한다.

특히 전주환은 A씨를 찾아가기 전 인터넷으로 A씨 주소지의 강수량을 확인하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태풍 ‘힌남노’가 북상할 때여서 A씨가 우산을 쓰고 있다면 알아보지 못할까봐 미리 검색까지 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파악됐다.

그러나 A씨가 범행 전 다른 곳으로 이사해 마주치지 못하자 전주환은 지하철역에서 살해 범행을 감행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환은 자신의 선고 전날 A씨가 근무하던 신당역으로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환은 당초 보복살인 혐의로만 송치됐는데, 검찰은 A씨 주소지를 알아내는 과정과 주소지에 찾아간 것과 관련해 각각 정보통신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대검 통합심리분석 결과, 전주환은 자기중심적이고 주관적인 해석 양상을 보이는 특성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환은 자신의 잘못은 합리화하면서 외부적 요인에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등 분노 및 적개심이 타인을 향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분석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자신의 미래에 대한 비관에 휩싸여 피해자를 향한 적개심을 느낀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전주환의 폭력범죄 재범위험성은 ‘높음’수준으로 평가됐다.

한편 전주환은 지난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피해자 A씨에게 불법촬영물을 보내고 350여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으로 연락하는 등 스토킹을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A씨는 지난해 10월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전주환을 처음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접수 다음 날 전주환을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와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전주환은 A씨에게 여러차례 합의를 종용하는 등 접촉을 시도했다. 첫 고소를 당한 이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13일까지도 합의를 종용하며 20여 차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보냈다고 한다.

결국 피해자는 지난 1월27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전주환을 추가 고소했다.

이후 전주환은 올해 2월과 7월에 각각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를 진행했고 검찰은 지난달 18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전주환은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신당역에서 순찰 근무 중이던 피해자를 찾아가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전주환은 경찰 조사에서 징역 9년을 구형받자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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